글이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인생의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고 그나마 잘 지냈던 주변 사람들과는 버벅거리고 도대체 인생은 왜 그렇게 힘든지 아니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는지 묻고 싶은 순간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고만고만 잘들 사는 것 같은데 마치 나만 꼭 집어서 시험하는 것처럼 뭐를 하려고만 하면 장애물이 놓이거나 눈앞에 벽이 설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요행을 바라거나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인내는 세계 최강이요, 할 줄 아는 것은 노력밖에 없는지라 그저 노력하고 노력하는데도 매번 좌절하기 일쑤니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한계점에 다다랐다.
그래도 이유가 있겠지? 미시적으로는 우연이지만 거시적으로는 필연이라는 말처럼 예상치 못한 운명이 흐름은 어쩌면 나는 모르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인생으로 가는 것이겠지? 지금은 그저 혼란과 혼돈으로 어떤 터널의 시간을 지나는 것이겠지?... 싶다가도 에라이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래도 어찌하랴. 삶이 그런 것임을. 호락호락하지 않고 이제 좀 괜찮은가 싶을라치면 '감히 어디 여기에 안주하려고?'라며 운명이 휘몰아치는데 그 자체가 산다는 것임을. 아는데도 적응되지 않는 걸 보면 평생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힘든 하루 여정을 끝내고 퇴근길에 오를 때, 따뜻한 차 한잔이 몸을 따스하게 해 줄 때,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재밌을 때,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에서 음식이 맛있을 때는 모든 걱정과 시름을 잠시나마 놓게 해 주어 다음을 살게 한다. 이런 마약같은 순간들 때문에 힘들어도 꾸역꾸역 삶을 버텨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이렇게 터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어쩌면 다른 의미로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시름을 술, 담배, 게임 등 몸에 유해한 것 즉 몸을 축내는 것으로 풀지 않고 글을 쓰면서 마음을 풀어보는 것은 세상 무해한 스트레스 해소법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조금은 안정된 것을 보니 더욱 그렇다.
앞으로 모르긴 몰라도 내 앞에 놓인 길은 더욱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고 더욱 가파른 길로 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혀 예측할 수 없어 내가 너무 불리한 싸움이지만 태초부터 무엇하나 내가 선택한 삶은 하나도 없으니 그저 내가 가진 패를 무기삼아 잘 이겨내고 헤쳐나가는 수밖에. 그러다 지금처럼 글이 절실하게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면 글을 쓰고 힘을 다시 얻어 그 자양분으로 삶의 무대로 뛰어 들어갈 것이다. 결코 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