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조건

진정한 사과의 의미

by 임진

점심을 먹기 위해 칼국수 집으로 갔다. 파김치가 유명하기로 소문난 칼국수 집은 소문대로 파김치가 일품이었다.


칼국수와 물만두를 시켜 파김치를 곁들여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같이 간 지인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보니 칼국수 속에서 머리카락이 나온 것이었다. 머리카락은 이미 국물 속에 묻혀 있었고 겨우 꺼낼 수 있었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맛있게 먹다가 머리카락이 바로 눈앞에서 나오는 광경을 보니 계속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인은 사람을 불렀고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말했다. 종업원은 당황하더니 사장님을 호출했고 사장님은 바로 나와 죄송하다며 음식을 다시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절반 이상을 먹었고 다시 음식을 먹기는 그래서 머리카락이 나온 칼국수 값만 빼 달라고 했다.


바로 나가기는 그래서 물만두를 몇 개 집어 먹고 있는데 곧이어 주방장으로 보이는 분이 나와서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여 죄송함을 표했다. 덩달아 숙연해졌다. 사과를 받고 가격을 빼주시기로 했으니 그 정도면 되었을 텐데 주방장까지 나와 사과하니 방금까지 있었던 불쾌했던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아까 봤던 사장님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그냥 가시라고 했다. 칼국수 하나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계산하려고 했는데 모든 음식 값을 받지 않으시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니라고 계산하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말리는 통에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진정 어린 사과를 찾아보기 힘든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머리카락이 나온 음식을 보고도 기분 나쁘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어떤 가게에서는 머리카락이 나와도 자기들이 그럴 일이 없다며 우겼고 아니면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그 음식값만 빼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겪어 왔던 터라 거듭되는 사과를 받으니 마음이 풀어졌다. 음식값을 전부 받지 않은 것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는데 뭔가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과의 조건을 생각해본다. 이유를 달지 않고 조건을 달지 않고 행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니 우리 역시 모든 것은 사람의 일이기에 그럴 수 있지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이 칼국수집은 다시 한 번 가볼 생각이다. 이런 진정 어린 사과를 하는 가게라면 반드시 이번을 계기로 위생을 더욱 철저히 할 것이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과는 믿음과 신뢰로 이어져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


물론 파김치의 맛을 한 번 더 맛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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