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중요성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그것도 잘. 몸이 아플 때, 모든 것이 귀찮아질 때 오늘은 그냥 넘어갈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적어도 한 단어라도 쓰자 한 것이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 어떤 책을 완독 했는지를 비롯해 어떤 이슈들이 하루의 중심이 되었는지 등을 적는 것이다. 심지어 신기하고 좋은 꿈을 꾸었던 것도 적어 놓았다. 그리고 오랜 친구로부터 꿈에서 내가 나와 내가 열심히 생활하고 있고 또 친구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친구의 연락도 반갑고 꿈도 신기해서 기록해 놓았다.
주말 오전이 되어 한 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하려는데 놀랍게도 그 꿈들이 모두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것이었다. 일주일에 나는 2번이나 신기하고 좋은 꿈을 꾸었고 그 2번의 꿈 사이에 친구가 내가 나오는 꿈을 꾼 것이다.
기록해 놓지 않고 하루하루 기억이 휘발되도록 나누었다면 그저 무슨 꿈을 꿨던 것 같은데 생각하면서 넘어갔을 것이고 친구에게 전해 온 꿈 얘기도 별개의 건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의미로.
로또를 살까도 했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잘되고 있지 않은 일이 어쩌면 이제 곧 실현될지도 모르니 포기하지 말라는 계시인 것 같아 기다리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계속되는 노력에도 좀처럼 결과가 나지 않아 몸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록을 통해서 그래도 좋은 꿈들을 나든 친구든 2~3일에 걸쳐 꾸고 있으니 뭐지 않아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들이다.
또 먹었던 음식을 기록하면서 한 가지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는 것을 방지하고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 등을 기록해 놓아 계속 조심하는 것을 보니 다이어리는 그냥 다이어리로의 기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 식단관리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 주였나 지지난 주였나 가물가물했던 일정이 정리된 다이어리를 보면서 그날이었지 확인하며 다음 일정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도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대충 그때쯤이었지 미리 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기록의 데이터를 통해 정확히 다음에는 이 시기가 좋겠다 정하는 것이다.
왜 그토록 우리 선조들이 기록하고 또 기록하여 후대에 남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 너무 나간 것일까. 역사는 개인의 인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때 이 다이어리는 나에게 그런 의미가 될 것이다.
계속 반복되는 노력에 대한 기록도 있다. 이 날에는 무엇을 했고 이 날에는 무엇을 했는데 생각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그 기록들을 보니 현타가 왔다.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그런데 한 편으로는 그렇게 실패의 역사가 쌓이고 쌓여 성공으로 가는 것이니 이 또한 너그러이 품는 마음도 덩달아 키울 필요가 있겠다 싶다. '너그러운 마음 키우기', '지치지 않기' 기록.
때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자기 객관화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끄적이면서 한탄하며 감정을 쏟아내면 치유도 되지만 지금의 나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심하게도 된다.
매일매일이 평범하게 지나가는 일상인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기록을 하다 보면 결코 그 일상이 평범하지 않고 날마다 새로운 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일 다른 음식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똑같은 하루가 될 수 없으니. 그런 점에서 뭔가 거창하고 인생을 바꾸는 기로에 서 있는 날들이 아니라 해도 소소하고 소박하게 조금씩 변화하는 날들 모두가 특별한 날들인 것이다.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으면 몰랐던 일들이다. 그동안 쳇바퀴돌 듯 뻔한 일상이라 치부하고 있었지만 그 쳇바퀴는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일 뿐 실제 일어나는 일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똑같은 카페에 똑같은 유자 민트 티를 먹어도 어느 날은 Tall 사이즈로 어느 날은 Venti 사이즈로 먹으면 그날도 전혀 다른 날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이 날은 이 페이지, 다른 날은 다른 페이지를 읽는데 어찌 같은 하루가 될 수 있겠는가. 여기에 더해 스스로도 좀 더 의미 있는 일이 기록에 담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들이여! 다이어리를 써라. 삶이 어느 순간 흥미진진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