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것은

조카 선물 사주기 대작전

by 임진

작년 연말 조카가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6주 이상을 깁스를 해야 했다. 아직 5~6살 아기인데 깁스한 모습을 보니 안타까워 다 나으면 이모가 선물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여러모로 바쁘다 보니 잊고 있었다. 어느 날 깁스를 풀어다는 소식을 듣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봤는데 아직 깁스 푼 발이 익숙지 않은지 절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선물을 사주겠다는 생각이 났다. 그래서 조카에게 똑바로 걷는 모습을 보여주면 바로 선물을 사주겠다고 다시 약속을 했다. 나는 잊고 있다 다시 생각이 났지만 조카는 그때부터 한시도 잊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처음에 갖고 싶었던 공룡이 바뀌었는데 다른 공룡으로 사도 되냐고 물었다. 자기가 그때 말한 공룡이 뭐였는데 이제는 다른 공룡으로 바뀌었다면서.


당연히 된다고 하면서 인터넷 쇼핑을 통해 원하는 선물을 직접 고르라고 했다. 근데 가격이 생각보다 높았다. 많아도 5만 원 선이겠거니 했는데 6만, 7만 원을 훌쩍 넘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문을 하면서 대신 두 발을 땅에 딛고 제대로 걸어야 선물을 준다고 약속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바로 주문을 했다. 선물 받으면 힘을 내서 더 열심히 걷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1주일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처음에는 아이들 장난감은 해외에서 배송될 수도 있어 좀 걸린다는 말을 들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지연이 될 수 있나 싶었다. 그래서 판매처에 문의를 했더니 아예 연락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온라인 쇼핑몰을 관장하는 곳에 직접 문의해 판매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더니 관장하는 곳에서 판매자에 연락을 했는지 판매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아직 오지 않았느냐고. 당연히 안 왔으니깐 연락하지.


이리저리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또다시 연락두절. 기다리기도 지쳐서 반품을 해달라고 하려는 찰나 판매자는 택배사에서 분실했다는 이상한 핑계를 댔다. 택배사에서 분실했는데 아무 연락도 없이 그냥 있었다고? 뭔가 의심스러웠지만 그 모든 것을 따지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빨리 반품을 받고 다른 곳에서 주문하던지 해야 했다. 조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 사이 조카는 완전히 두 발로 걷지는 못했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상태였다. 나도 나름 핑계를 댈 수 있었다. 더 열심히 걸어야지. 그렇지만 마음은 초조한 상태에서 조카를 만나게 됐는데(그전에 통화할 때마다 '왔어?'를 반복했다. 택배가 왔냐는 소리였다) 사실은 직접 가서 사주려고 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니 조카는 왜 없냐고 화내기는커녕 그 사이 또 공룡에서 자동차로 사고 싶은 게 바뀌었다고 자동차를 사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래 아이였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바뀌는. 그래서 가서 사고 싶은 것을 사라고 쇼핑몰로 데려갔다. 조카는 신중하게 고르더니 하나를 선택했고 다행히도 가격은 3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다. 공룡의 가격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조카는 자기가 진짜 갖고 싶었던 거라며 자동차 장난감을 손에서 놓질 않았고 나 역시 중간 과정이 복잡하기는 했지만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사줄 수 있어 매우 만족했다.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자동차 장난감 가지고 놀면서 얼른 낫기를 또다시 다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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