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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n 10. 2023

mbti j에서 p로 바꾸기

P형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현대인의 자기소개서라 불리는 mbti에서 부동으로 변하지 않는 구간이 있다. 바로 J이다. 물론 젤 앞 글자인 E냐 I는 컨디션에 따라 바뀌는 것을 빼고 뒷 3자리는 거의 고정값이긴 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계획형을 뜻하는 J는 파워 J로서 계획되지 않는 돌발 상황을 진심 싫어하기 때문에 다른 것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어도 J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런 탓에 무엇을 해야 할 때도 시간을 넉넉히 두고 미리미리 처리하고 지난번에 돌발 변수가 있었다면 다음에는 그 변수까지 고려한 계획을 세우면서 최대한 불확실성을 차단한다. 


뭔가 시작할 때에도 그 결과까지 생각하는데 끝까지 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계획이 있어도 잘할까 말까 한데 계획도 없이 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파워 J로서 아무리 계획을 촘촘하게 세워도 늘 언제나 돌발상황이나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일은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계획을 더욱 촘촘하게 세우느냐에 집중하는 것보다 그런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P형 인간이 되어 볼까 생각 중이다. 


마침 이번 6월이 그 시기가 될 것 같다. 주변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면서도 내 영역은 그대로 있는, 큰 변화 속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소소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어 시작하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7월부터 본격적으로 변화하게 될 업무환경에 대해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고 계획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텐데 미리부터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 하면 문제없이 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닥치면 부딪치면서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갈까 말까 망설이기만 했던 2023 서울국제도서전 티켓을 과감하게 끊었다. 그전에는 가게 되었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때 되면 다른 일정이 생기지 않을까 100가지 이유를 대면서 망설였다. 남들은 멀리 해외로 몇 박 며칠로 가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심사숙고하냐고 하겠지만 파워 J로서는 엄청난 용기다. 


그리고 독서모임에 가입했다. 이전에도 가입한 적은 있지만 여러 이유로 오래가지 못하고 무산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했다. 보통 계획형은 한 번 실패하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다시 가지 않는데(뭐든 계획하고 시도했으면 반드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을 때 큰 데미지를 입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되면 또 다른 곳에 가입하면 되지, 그게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시작도 가볍게, 결과도 가볍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도전해 보니 더욱 쉽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모든 것을 오차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것 같다. 이렇게 즉흥적인 것도 잘 맞을 수 있는데. 


어찌 보면 어떤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 맞아야 한다고 강요했던 것은 스스로가 아닌가 싶다. P형 인간이 된다면 다양한 경험과 유연성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삶이 더 풍요롭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계획을 통해 결과를 얻는 기쁨도 좋지만 예상되어 그 기쁨의 정도가 소소한 반면, 갑작스러운 도전에서 결과를 얻었을 때 얻는 기쁨은 예상치 못한 것이라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쯤 되면 완벽하게 P형 인간으로 거듭난 것일까?


그리하여 이번 6월은 도전과 도전으로 점철되는 한 달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어떤 도전을 할 것인지 리스트를 만들고... 아, 이것마저도 계획하다니 역시 타고난 것은 벗어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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