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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Sep 03. 2023

때로는 T형 인간이 되고 싶다.

T들은 모르는 F들의 비밀 

"너 T 지?" 


종종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높은 확률로 T형 인간일 것이다. '공감 능력이 좀 부족하시네요' 대신 이 한마디면 다 이 뜻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들은 T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F라고 자신의 테스트 내용을 보여주기도 하고 T지만 F의 비율도 비교적 높다는 것을 내비치면서 극도로 T로 판정받는 것을 꺼린다. 


파워 F인 나로서는 'T 지?'라는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 이들과는 반대로 어쩐지 요즘은 T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과몰입 그 잡채 F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작은 고민에도 감정 이입되어서 마음을 쓰고, 정작 그 당사자는 고민을 얘기하고 잊어버렸는데 혼자 계속 생각하면서 조심스레 해결책을 제시하면 "아직도 마음 쓰고 있었나며 다 해결되었다"라고 들은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런가 하면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 대한 과몰입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증오나 분노가 끓어오르거나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이 높아지곤 한다. 또 따뜻한 뉴스를 보면 아직도 살만한 세상이라고 그날 하루는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든다. 


감정 오지라퍼는 실제 생활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는데 회사에서도 누군가 안 좋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으면 안쓰럽게 느껴지기 일쑤다. 내가 무엇을 해줄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지만 괜히 마음을 쓰는 통에 에너지는 금방 소진되어 버린다. 그러다 정작 내가 집중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 에너지가 바닥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T들은 모를 것이다. 단순히 공감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 싫어서 그 말을 싫어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 나쁜 것 같지 않다. 작은 것 하나하나 감정을 느끼고 소비하는 일이란 생각보다 많이 지치기 때문이다. 


얼마 전 20년 간 우리에 갇혀있던 사자인 사순이가 탈출해 풀 숲에 앉아 있었는데 1시간 만에 발견되어 사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후 내내 '사순이가 어떤 마음이었을까'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이제는 사람을 넘어 동물에게까지 감정을 담으니 어찌 피곤하지 않겠는가. 


이런 얘기를 주변에 하니 그런 일도 있었냐고 되물었는데 여기서 깨달았다. 확실히 F들이 사회나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관심 가져야 할 대상과 그 감정들은 더 늘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T들은 남 일에 관심이 크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무슨 감정을 가지는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자기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자기 일 외에는 다른 사람 일은 들어도 잘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그러니 크게 감정까지도 갈 필요도 없는 것이리라. 


이런 것을 깨닫고 이제는 감정 과잉에서 벗어나기 위해 T형 인간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감정에 휘둘리고 주위에 모든 것에 공감해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감정을 최소화하면서 살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너무 모든 것에 공감하지 않고 모든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서.


잘 될지는 모르겠다. 감정이라는 게 그렇게 해야지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학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 과몰입 F에서 벗어나 냉철한 T가 될 수 있도록 다짐했다. 


혹시 T들은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그럼 난감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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