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어 바로 다른 열차가 오고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지하철이 막 도착했다. 열차를 타기 위해 뛰어갔는데 거기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있었다. 한 마디로 포화상태, 아수라장이었다. 얼른 타야겠다는 마음으로 앞에 선 사람들이 타길 기다렸지만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었다. 그래도 타겠다고 들어갈 틈도 없는 곳에 사람들은 몸을 마구 우겨놓고 있었다. 나 역시 틈새를 노려서라도 타려고 시도를 했지만 그러는 사이에 지하철 문이 그만 닫혀 버렸다.
그렇게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한 차례 다시 문이 열렸는데 타이밍도 타이밍이었지만 발 디딜 틈조차 없어서 탈 수가 없었다. 허탈했다. 아쉬웠다. 할 수 없이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안내판을 보니 바로 뒤이어 열차가 오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뒤이어 온 열차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앉을자리도 꽤 많았다. 앞의 열차를 무리하게 겨우 탔다고 해도 도착하는 곳까지 몸을 옴짝달싹도 못한 채 가야 했을 터다. 바로 뒤에 이렇게 넉넉하고 여유 있게 갈 수 있는 열차가 바로 오는 것도 모른 채. 다음 열차를 타고 자리에 앉으니 어느새 아쉬웠던 마음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삶은 이렇듯 참 아이러니하다. 마치 그 열차를 타지 못하면 큰 일 날 것처럼 어떻게든 타겠다고 하고, 못 타면 못 타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렇게 조금만 기다리면 조그만 여유를 가지면 바로 뒤이어 또 다른, 그것도 훨씬 여유롭고 게다가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있는 열차가 오는데 말이다.
우리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남들이 다하는 것에 따라가지 못하면 뭔가 도태된 것 같고 뒤쳐진 것 같고 어떻게든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또한 거기에 편승하지 못하면 뭔가 이루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자기 페이스대로 휘둘리지 않고 여유를 가진다면 훨씬 더 좋은 조건의 열차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때 그것을 타면 된다.
물론 나도 때로는 조급한 마음이 앞섰다. 누군가 뭐를 한다고 하면 나만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어떻게든 그 열차를 타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였던 것 같다. 그러니 언제나 힘에 부쳤다. 앞으로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조급하고 무리하게 살지 않으려 한다. 여유 있고 천천히 나만의 방식대로.
그러고 보니 포화상태인 열차를 타기 위한 아수라장 사이에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곧 다음 열차가 도착하오니 무리하게 열차에 탑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삶은 이렇듯 힌트를 주었다. 너무 늦게 깨닫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