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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Oct 28. 2023

절대로 배반하지 않는 것들

읽기, 쓰기 그리고 운동하기 

다음 주면 벌써 11월이다. 이는 곧 2023년도 단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제 이렇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소리 없이 어김없이 그렇게 지나갔다. 또 한편으로는 올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체감적으로는 몇 년이 지나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뭐 아직도 2023년도라고? 


올해를 돌아보면 계획했던 일들이, 예상했던 일들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다. 파워 J형답게 항상 계획은 세우는데 노력에 비해 운이 없었지 인연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원하는 것들이 잘 안 됐다. 결과는 나쁜 건 아니어서 겉으로는 본다면 무난하게 흘러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만이 아는 마음먹고 했던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마음을, 에너지를 많이 썼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올초 책 100권 읽기를 계획했는데 10월 말에 접어드는 지금 딱 80권을 읽었다. 이것은 양심의 일이므로 안 읽었는데 읽은 척은 결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 이상 읽었어도 끝까지 읽지 않은 것들은 개수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나름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또 하나 다이어리를 꾸준히 썼다.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쓰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좋아서 그렇게 하루하루 일과들을 정리했던 것 같다. 때로는 원망의 글들이 계속되는 구간도 있었고 어느 날은 희망차서 앞으로의 다짐, 계획 등 마구잡이로 쓰는 일기장이 되기도 했다. 글씨를 마구 휘갈겨 쓴 날도 더러 있었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이 써서 칸이 모자란 적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도 있었는데 '푹 쉬었다. 잠을 잤다' 등으로 글씨를 큼직하게 쓰며 칸을 채웠다. 들쑥날쑥한 하루하루처럼 분량이 늘 균일하진 않았지만 하루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는 통일성이 있었다. 


운동도 나름 꾸준히 했다. 어딜 가서 배우는 것은 아니었고 집 한편에 있는 실내 자전거에 시간이 날 때마다 몸을 실었다. 어떨 때는 땀이 주룩주룩 흘려 운동하는 맛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고 어느 날에는 앉아서 다리만 돌리는대도 너무 지루해서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실내 자전거를 끝끝내 방치하지 않았고 곧 내려오더라도 그곳까지 가서 몸을 얹는 데는 항상 성공했다. 


읽고 쓰고 운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 내 의지대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어떤 성과를 얻어내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어쨌든 나에게 있어 아무런 결과로 남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절대로 배신할리 없는 것들이다. 내가 먼저 배신하지 않은 이상은. 


앞으로 남은 두 달은 물론이고 남은 인생 동안에도 꾸준히 이어나갈 참이다. 앞으로도 계획한다고 해서 노력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은 또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안주하기보다는 나에게는 책과 글 그리고 실내자전거가 있으니 아무것도 아닌 삶은 아니라는 마음을 최소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 동력으로 또 다른 것들을 도전하고 또 좌절을 이겨내겠지. 


또 하나. 인생은 정말 알 수 없기에 이런 순간들이 모여 진짜 내가 원했던 순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가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러-우 전쟁에 종결되기는커녕 이스라엘- 하마스 간 전쟁이 또 터졌다. 안에서는 매일 자고 일어나면 믿어지지 않는 이슈들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럴 때 차분하게 글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또 하나의 순기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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