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에 대한 유감
고통과 권태 그 사이에서
쇼펜하우어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마침 지금 쇼펜하우어 관련해 열풍 아닌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니 신기했다.
열풍이 부는 이유는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하석진 배우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라는 책을 읽는 모습이 나와서라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쇼펜하우어 책을 읽었던 것은 최근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라는 책을 통해 아인슈타인이 쇼펜하우어 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며 과학에서 우연을 인정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은 끝내 양자역학을 거부하고 통일장 이론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했는데(끝내 실패했지만) 그 세계관에 쇼펜하우어가 얼마나 영향력을 주었을까가 궁금했다.
과학계의 슈퍼스타이자 지금도 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을 매료시키고 하나의 세계관을 탄생시키는데 영향을 준 인물이 바로 쇼펜하우어였던 것이다.
직접 읽어보니 요즘 말대로 명쾌했다.
삶 자체가 고통이라고 언급하는 쇼펜하우어는 행복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루려고 하는 것보다 문제를 없애 나가는 것, 즉 고통을 줄이는 것이라 했다.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나의 생각이라 비슷해서 금세 빠져들었다.
또한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므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야 하며, 물질보다는 정신적으로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하나 인간이 어느 정도가 충족되면 그때부터는 권태와의 싸움이라며 인간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기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도록 단단한 내면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모든 것이 의미 있고 다 공감한 것은 아니다. 책을 너무 많이 읽지 말라고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진다고 했는데, 정작 쇼펜하우어 본인은 정신적 고양을 위한 방법으로 독서를 꼽았고 또한 독서를 즐겼으니 양보다는 질, 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생각을 하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또한 사랑에 대해서는 종족보존 욕구 때문에 사랑하는 착각을 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지금 시대상과는 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혼이나 딩크족이 늘고 있는 추세에서 사랑에 대한 정의는 다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을 위해 살고, 자존감을 가지라는 대목에서는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시작은 아인슈타인에서 했지만 어느덧 납득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책 말미 부근에서 쇼펜하우어는 유산을 받아 평생 일하지 않고 풍족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럴 수가.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지 않고 여유 있게 연구하며 산 셈이다. 바로 우리가 지금 가장 추구하는 삶으로 살았던 것이다.
배신 아닌 배신감도 들었지만 그랬기에 권태에 대해 얘기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부분 철학이나 사상에서 '삶은 고통이다'라는 것을 많이들 주장해 왔지만 그 뒤 풍요로워진 뒤의 또 다른 고통일 수 있는 권태라는 개념은 쇼펜하우어이기에, 그만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시크하기도 하고 회의적인 그래서 염세주의라고도 불리지만 읽다 보면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고 삶에의 의지,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유감을 떨쳐내고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