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행 마지막 기차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나를 울렁거리게 만든다. 너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았던 때가 떠올라서도 아니고, 눈을 감으신 아버지의 마지막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던 때가 생각나서도 아니다.
‘그냥’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딱히 이유가 없이 ‘그냥’이듯 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그냥 가슴이 울렁거린다.
마지막 기차라고 했다.
더 이상은 기차가 아닌 지하철 혹은 전철로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마지막 춘천행 기차에 올라탔다. 왜 춘천이냐고 묻는 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궁색한 변명거리라도 없다. ‘그냥’ 춘천이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너와의 시간을 되돌려보고 모든 것을 두고 오고 싶은 곳은 ‘그냥’ 춘천이어야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춘천까지의 모습은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도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메마른 나무, 메마른 들판, 메마른 풍경. 그렇게 메마른 것들만이 마지막 춘천행 기차를 아쉬워할 뿐이었다.
그리고 도착한 한 겨울의 춘천은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도 그다지 춥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애써 메워보려는 사람들이 춘천 기차역 앞에서 삶의 노곤함을 무기로 무언가를 팔고 있었고 그런 상황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들은 왜 춘천에 왔을까?
춘천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메밀 총떡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조용하고 전망 좋은 카페에서 천천히 차 한 잔을 마시고, 낮보다 화려한 명동의 밤거리 속에서 너를 떠올린 크기만큼 너를 그곳에 남겨두려고 애를 썼다. 해가 지면서 찾아온 냉기 속에, 아쉽고 미안하지만 그 추위 속에 너를 남겨두려고 애를 썼다.
소주 몇 잔의 알싸한 취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밤기차에 올랐다.
눈을 감았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마지막 기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에, 더는 너를 떠올리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에.
그렇게 긴 한숨을 쉰 채 나는 마지막 기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