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32. 너만의 순서

by 알케이

“It’s free. You can eat.”


하루주쿠 거리를 거닐다 배가 고파 들어간 라멘 집에선 주문하지 않은 오니기리 한 개가 함께 나왔다. 그런데 내가 오니기리엔 손도 대지 않고 라멘만 후후 불어가며 국물과 함께 먹자 지켜 보고 있던 주방장이랄까, 주인이랄까 하는 사람이 공짜니까 먹어도 된다고 어색한 영어로 한 말이었다. 아마, 따로 돈을 내는 줄 알고 안 먹고 있었던 걸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주문할 때 약간의 영어를 써서 했으니 당연히 일본인이 아닌 줄로는 알았겠지.


“I know, Thank you.”


물론 그것이 서비스 같은 걸로 함께 나온 것이란 건 그 가게의 분위기와 일하는 직원들의 분위기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런 걸로 알 수 있는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살다 보면 가끔씩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분위기로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그런 것들.



다만 내가 오니기리에 손도 대지 않았던 것은 면을 다 먹고 먹기 위해서였다. 먹는 것에 대해 그다지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순서는 있다. 라면을 먹을 때 밥은 항상 면을 다 먹고 먹는다는 것이 그 중의 하나다. 라멘이라고 다를 게 없다.


그렇게 면을 다 먹고 드디어 오니기리를 먹을 차례가 되었을 때 순간 고민에 빠졌다. 이걸 손으로 집어서 국물에 찍어 먹을까, 아니면 아예 국물에 넣어 밥 말아 먹는 것처럼 숟가락으로 떠 먹을까.


너는 항상 순서가 있었다.

빨래 건조대에 세탁물을 널 때 제일 앞쪽엔 수건을, 꼭 두 칸을 띈 후에 상의를 걸었다. 하의는 항상 옆 날개에 걸었다.

옷장에 옷을 넣을 땐 짙은 색이 제일 아래, 위로 갈수록 밝은 색으로 차곡차곡 쌓았다.


설거지를 할 땐 큰 것부터 수세미질을 하고 작은 것부터 씻어 식기 건조대에 차곡차곡 뒤집어 얹어 놓았고, 화장품은 항상 가장 자주 쓰는 순으로 왼쪽부터 세워 놓았었다. 그리고는 넌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마음이 편하네.”



오니기니를 손으로 집어 국물에 찍은 후 오물오물 씹으며 그 때 너에게 했던 말을 떠 올렸다.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런 순서는 좀 틀려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그런 규칙과 순서를 다 지키면 피곤하지 않느냐고. 너는 말했다. 피곤하지 않다고. 사람 사는 방식이 다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 다르니 난 이렇게 사는 게 편하다고. 그러니까 포기하라는 강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오니기리를 다 먹고는 국물까지 다 비운 후 그릇을 다기 탁자 위에 내려 놓으며 생각했다.

네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너에게 삶의 방식을 강요할 권한이 나에게는 하나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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