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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케이 Apr 18. 2022

진정한 동반자의 조건 (1)

블라인드 사이드, 라디오 스타

살다 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이란 길을 걷다 보면 때론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에 등장하는 지니가 부리는 마법이 아닌 실제 우리 생활에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일이. 바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처럼.



100kg은 가뿐하게 넘는 커다란 덩치. 190cm는 넘어 보이는 큰 키. 거기에 흑인. 마약 중독 엄마를 둔, 그래서 형제가 총 몇 명인지 정확하게 알 수도 없는, 빈민가에서 어렵게 살아온 마이클 오어. 


살아온 정서적 환경 때문에 남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지식 습득 능력도 떨어지지만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운동 신경 하나만큼은 최고인 그는 그를 돌봐주던 동네 아저씨에 의해 백인 학교에 입학을 하려 하지만 백인 중심의 학교 분위기, 백인 중심의 미시시피 주라는 환경과 떨어지는 지식 습득 능력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를 입학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그의 운동 능력을 알아본 풋볼팀 감독.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세워진 학교의 정신에 따라 마이클 오어도 입학시켜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 끝에 간신히 입학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난과 나 홀로 흑인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만 서성일뿐 ‘빅 마이크’라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방황만 하던 어느 날 그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비 오는 추수 감사절 전날 밤, 잘 곳이 없어 추운 날씨에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고 체육관으로 향하던 중 리앤 (산드라 블록) 가족을 만나고 하룻밤 그 집에서 지내게 되는데요, 사실 리앤이 어떤 마음으로 덩치 큰 흑인을, 그것도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 집으로 데려 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는 그냥 불쌍해 보이니까 밑도 끝도 없이 데려간 것으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영화를 보면서 궁금했습니다. 



이 영화는 ‘마이클 오어’라는 실제 풋볼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니까요.


그렇게 ‘하룻밤’이라는 단서로 리앤의 집에 묶게 된 마이클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 집에서 묵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그의 불우한 성장과정과 생활환경을 알게 된 리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족들을 설득하여 그를 정식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SJ라는 꼬마 아이 (리앤의 아들)와 모든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풋볼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덩치에 맞지 않게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 감독의 애를 태우다 리앤의 한 마디에 잠재된 실력을 폭발시킵니다. 


바로 ‘팀을 보호하라’는 것.



IQ, 적성 검사 등 모든 면에서 낙제에 가까운 그가 유일하게 98점을 받은 카테고리가 바로 ‘보호 본능’ 분야였고, 그가 맡은 포지션이 바로 핵심 공격수인 쿼터백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부터 ‘보호’하는 레프트 태클이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흑인 동네에 함께 쇼핑하러 갔을 때 마이클이 리앤을 보호하겠다고 한 것, 교통사고가 났을 때 SJ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팔을 다친 것 등 자신이 믿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는 본능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천성 덕분에 그는 리앤의 말대로 쿼터백을 보호하고 팀을 보호하는데 탁월한 실력을 보이며 승승장구 합니다.


그리고 졸업반이 되자 각종 대학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만 리앤과 그녀의 남편이 졸업한 미시시피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고, 2009년 NFL 1차 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 레이븐스에 5년간 1,380만 달러라는 거액에 계약하게 됩니다. 


리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덩치만 큰 흑인 중 한 명으로 살아가면서 마약을 팔고 있을지, 혹은 흑인들 간의 집단 싸움에 휘말려 총을 맞고 죽게 되었을지 모를 마이클 오어는 정말로 마법 같은 일로 인해 인생 역전을 이루게 된 것이며 다시 얘기하지만 이 것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 실제 리앤 가족과 마이클 오언


‘블라인드 사이드’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라는 뜻, 즉 풋볼에서는 쿼터백을 보호해야만 하는 레프트 태클이라는 포지션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 분위기가 가득한 미시시피라는 곳에서 편견을 갖지 않고 마이클 오어를 바라 본 ‘동반자’로써의 리앤의 마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법은 감동을 낳습니다. 


그리고 그 마법은 엄청난 것이 아닌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리앤이 마이클 오어를 대했던 것처럼 불필요한 편견 없는 마음가짐, 따뜻한 시선과 같은 작은 것들로부터.


이처럼 마법을 낳은 리앤과 마이클 오어의 관계를 무엇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편견과 선입견을 혹은 동정심 같은 것을 뛰어넘어 감동을 만들어낸 두 사람의 관계는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유비에게는 자신의 아들과 나라까지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제갈량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깊은 우애를 나눴던 관우와 장비라는 의형제가 있었고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게는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분신처럼 존재했으며 프랑스의 황제였던 나폴레옹에게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스파르 몽주라는 수학자가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나폴레옹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동반자’라고 부릅니다. 



국립 국어원에서는 동반자를 ‘어떤 행동을 할 때 짝이 되어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을 넘어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하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성격이 다를지라도 ‘믿음’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함께 해주는 사람인 것이죠. 


관우와 장비는 절대적인 믿음으로 유비의 동반자가 되었으며 제갈량 역시 착하기만 한 유비가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믿음으로 동반자가 되었듯이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블라인드 사이드]에서의 리앤과 마이클 오어도 이처럼 동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동반자라는 관계를 따뜻하게 잘 표현한 우리 영화로는 안성기∙박중훈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가 주연한 [라디오 스타]인데요, 줄거리를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왕년의 스타 최곤 (박중훈)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폭행 시비에 휘말렸을 때도, 할 일이 없어 수입이 없을 때도 심지어 자신이 피는 담배조차도 갖고 다니지 않는 그럼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의 곁에는 항상 박민수 (안성기)라는 매니저가 있었다.


최곤이 쌍팔년도에 가수왕을 할 때도, 이제는 한물간 최곤이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할 때도, 최곤이 폭행 후 합의를 할 때도, 최곤이 할 일이 없어 강원도 영월이라는 시골의 지방 방송국 DJ를 시작할 때도 그는 언제나 최곤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그릴 지키며 보호해주었다. 


딱 한 번만 빼고.


잘 나가는 연예 기획사에서 최곤의 재기를 위해 매니저인 박민수를 제외하고 최곤과 직접 계약하고 싶다고 했을 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최곤과 기획사 사이에 자신이 있다면 계약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최곤을 떠난다. 최곤을 위해 등한시했던 가정으로.  



작은 김밥 집마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고 지하철 역에서 김밥을 팔 지경이 된 가족을 둔 박민수였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는 차가운 시선을 아내로부터 받게 된 박민수였지만 단 한 번도 그런 내색 없이 근 20여 년간을 최곤을 위한 그림자로 살아온 박민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최곤을 떠난다. 


최곤의 재기를 돕기 위해서.


하지만 최곤은 연예 기획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계속 시골에 남아 DJ 활동을 하던 중 자신을 떠나간 박민수에게 돌아오라는 얘기를 방송을 통해서 하고 버스 안에서 그 방송을 들은 박민수는 최곤에게로 돌아간다.





진심.


이 영화는 최곤과 박민수라는 두 등장인물의 관계를 그린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오며 쌓인 서로 간의 진심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함께한다는 것은 진심이 없다면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이름을 알리고 명성을 얻고 그래서 유명해질 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지도가 사라지고 유명세가 그 끝을 다하고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 때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로 진심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혼자서는 빛나지 않는 별을 빛나게 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그 누군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믿음과 신뢰의 바탕이 되는 진심이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진심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동반자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진심을 가진 동반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진심을 다해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진심을 다해 나의 생각을 읽어주고, 진심을 다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하늘이 주신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리앤과 마이클처럼, 그리고 최곤과 박민수처럼 말이죠.


내가 어느 위치에 있든,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나에겐, 내 주위엔 그런 존재가 있을까. 

아니,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마지막 쏟아지는 빗속에서 자신은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면서도 그 누군가에겐 우산을 씌워주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기억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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