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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케이 Apr 25. 2022

진정한 동반자의 조건 (2)

언터처블: 1%의 우정, 인턴, 여인의 향기

(본 매거진은 매주 월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이전 글을 읽으시면 이해하시는데 더욱 도움이 됩니다.




진심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진심을 다해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진심을 다해 나의 생각을 읽어주고, 진심을 다해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하늘이 주신 축복일지도 모르죠. 


내가 어느 위치에 있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그래서 앞서 얘기한 동반자의 조건인 ‘믿음’의 밑바탕에는 반드시 진심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언터처블: 1%의 우정]도 같은 내용을 그린 영화입니다.


'프랑스를 위한 삼바'라는 델핀 쿨랭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원작 자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재산을 가졌지만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당한 부상 때문에 목 밑으로는 전혀 감각이 없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필립과 가난한 흑인 이민자의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범죄까지 저지른 경험이 있지만 밝고 긍정적이면서 백치미를 가진 드리스의 동반자 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필립이 드리스를 자신의 보호자로 선택한 이유입니다.



사실 드리스 이전에 보호자에 지원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고 노인이나 장애인을 돌봐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립이 드리스를 선택한 이유는 ‘색안경’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면접을 본 사람들이 필립과 자신의 관계를 고용인과 피고용인이라는 색안경을 낀 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드리스는 처음부터 필립을 그런 대상으로 보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친구’로서 필립을 대하며 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필립은 그런 드리스로부터 진심을 느끼게 되어 역시나 친구로서 속 깊은 얘기까지 나누게 됩니다. 


결국 피고용인이라는 보호자로서의 보살핌이 아닌 진심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친구라는 관계가 두 사람을 동반자라는 끈으로 묶어 아직까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동반자라는 관계를 생각해 볼까 합니다. 


사람은 늘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게 됩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것이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아침에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라는 것부터 해서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오늘은 무엇을 입을까, 약속은 몇 시에 하는 게 좋을까와 같은 사소한 것들부터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공선택이나 학교 선택 혹은 회사를 선택하거나 동반자를 찾는 과정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인생을 B (Birth)와 D (Death) 사이의 C (Choice)라고 얘기했는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런 선택의 과정에서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의 순간이 오면 조언을 해주거나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해줄 사람을 찾기 마련인데요 그만큼 사람이라는 존재는 불완전하고 나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며 행운일 것입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모든 것을 툭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또 선택에 대한 나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믿음과 진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 [인턴 (Intern)]은 바로 그런 내용을 그린 영화입니다. 


정년퇴직한 벤 (로버트 드니로)이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유행에 민감하다는 인터넷 쇼핑몰에 입사했을 때 젊은 여성 CEO인 줄스 (앤 해서웨이)는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줄스의 비서로 발령받으면서 진심으로 줄스와 줄스의 회사에 대해 걱정하는 벤에게 줄스는 차츰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자신의 고민과 가정 문제까지 상담하게 됩니다.


그리고 벤은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합니다. 결국 벤의 진심에 줄스는 믿음으로 화답했다고 할까요. 


이처럼 동반자라는 관계에 있어 성별이나 나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믿고 진심으로 대하는가 일 것입니다.



[인턴]이 조금은 가벼운 내용으로 동반자에 대해 얘기한 할리우드 영화라면 1992년 작품 [여인의 향기 (Scent of Woman)]는 꽤 진지하게 나이를 뛰어넘는 동반자의 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베어드 고등학교의 장학생인 찰리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추수감사절 연휴에 집에 가지 않고 대신 크리스마스에 집에 가기 위한 차비를 벌기 위해 퇴역한 중령 프랭크 슬레이드 (알파치노)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군대 시절 사고로 장님이 된 그는 함께 살고 있는 조카 가족들이 추수 감사절 연휴에 떠나는 여행에 동참하지 않기로 하자 조카는 집을 비우는 사이 걱정되어 보모를 채용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프랭크는 조카 식구들이 여행을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짐을 싸서 찰리와 함께 뉴욕으로 가서는 최고급 호텔에 묶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고급 리무진을 빌려서 여행을 합니다. 


뉴욕에 사는 형네 집에 들러 박대를 받다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나오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 프랭크는 권총 자살을 하려 합니다. 


이 여행의 숨겨진 목적 자체가 돈을 실컷 써보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찰리의 지속적인 만류로 결국 자살 시도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반면 찰리는 추수감사절 연휴 전 학교 이사회를 통해 고급 자동차를 선물 받은 교장 선생님을 골탕 먹이기 위해 준비 중이던 친구들을 조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와 함께 보게 됩니다. 


장난을 당한 교장선생님은 조지와 찰리가 범인을 보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두 사람을 불러 범인을 자백하라 하지만 친구들과의 우정 때문에 못 봤다고 혹은 말할 수 없다고 하며 자백하지 않았고 결국은 상벌 위원회가 열리며 찰리는 퇴학의 위기까지 몰립니다.



그때 찰리의 도움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던 프랭크가 상벌 위원회에 등장, 찰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연설을 하고 찰리는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 그러니까 프랭크와 찰리가 동반자의 관계냐 아니냐에 대한 이견은 좀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I've got no life. I'm in the dark."라고 절규하듯이 말하며 자살을 시도하려는 프랭크를 진심으로 만류하는 모습과, 퇴학의 위기에 몰린 찰리를 위해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상벌 위원회에 출석해 찰리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연설을 하는 프랭크의 모습은 이미 진심이 통한 동반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영화의 포스터에 나온 ‘위스키 한 잔, 시가 한 개피, 그리고 제복 위의 수많은 훈장들이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찰리를 만나기 전까진…’ 이란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은 결국 진심과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하며 나아가 그 선택을 지지하기 위한 연설까지 하는 것 역시 진심과 믿음 있어야만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충분히 나이를 뛰어넘은 동반자의 관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주제와는 별개로 이 영화는 탱고로 유명합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른바 '국민 탱고'음악이 바로 이 영화에서 시작된 것인데요, 잠시 그 부분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뉴욕 여행 중 프랭크가 찰리와 술 한 잔 하기 위해 들른 레스토랑에서 남자 친구를 기다리던 도나에게 탱고를 추자며 작업을 걸자 도나는 탱고를 잘 못 춘다며 거절을 합니다. 그러자 프랭크는 탱고와 관련된 유명한 대사를 도나에게 건넵니다.


" No mistakes in the tango, not like life. It's simple. That's what makes the tango so great.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인생과는 달리 탱고엔 실수가 없어요. 단순해요. 그래서 탱고가 정말 멋진 거죠. 만약 실수로 스텝이 엉킨다면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그리고는 [Por una cabeza]란 음악에 맞춰 탱고를 추지요.

참고로 [Por una cabeza]의 뜻은 '머리 하나'라는 뜻으로 경마 용어라고 합니다.


이 노래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 (우리나라의 조용필 정도로 보면 될 듯합니다)이 작곡하고 브라질 출신 작사가 알 프레도 르 페라가 가사를 쓴 곡인데,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는 말 산업 대국에 속하며 따라서 경마도 꽤나 큰 산업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노래는 과도한 마권구매가 습관성 경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건전 가요'에 속한다고 하네요. 


또한 경마에 빗대어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노래가 가사를 빼고 음악만 나오니 엄청 근사한 탱고 음악으로 변했다니, 새삼 놀랍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각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점점 더 각박해지고 있죠. 그리고 일에 치이고 관계에 치이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상처도 많이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상처를 주고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앞에서도 지속적으로 얘기했지만) 그런 상황에 계속된다면 사이코 패스와 소시오 패스가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심으로 믿고 이해해주고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그런 동반자 말이죠.


그래서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그런 동반자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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