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CRAWLER: 큰 지렁이. 프리랜서 사건 전문 기자
스포츠에서 우리는 ‘페어 플레이 (Fair Play)’를 줄곧 강조합니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뤄서 승부를 가리자는 얘기인데요 역설적으로 페어 플레이를 하지 않는 선수나 팀들이 있어서 생긴 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예전 UFC의 존 존스라는 선수는 습관적으로 상대방의 눈을 찌르기도 했고, 우루과이의 국가대표 축구선수 수아레즈는 경기 중 심판 몰래 상대팀 선수를 깨물기로 유명하며, 우리나라 야구에서도 특정 선수의 기록을 위해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한 가지 철학적 명제에 직면하는데요, 바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입니다.
목적만 올바르고 당위성이 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가 피해를 봐도 괜찮을 것일까요? 스포츠에서 승리라는 절대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반칙 정도는 괜찮을까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언론이라고 통칭하는 뉴스입니다.
사실 신문 기사든 TV 뉴스든 이 뉴스라는 것은 최대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그리고 그 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만약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과연 모두 사실일까요?
제이크 질렌할이 주연한 2015년 개봉작 [나이트 크롤러 (Night Crawler)]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하고 철조망이나 맨홀 뚜껑 등을 훔쳐 파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루이스 블룸 (제이크 질렌할. 이하 루이스)은 어느 날 우연히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건을 카메라에 담던 프리랜서 기자이자 나이트 크롤러인 조 로더 (빌 팩스톤)를 만나게 되고, 이 것이 돈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즉 다른 기자들보다 특정 사건 현장을 더 빨리 혹은 더 상세하게 영상으로 담아 TV 방송국에 가져가면 방송국이 돈을 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여담이지만, 최초의 나이트 크롤러는 '애크미 뉴스픽처스'라는 사진 전문 통신사 소속이었던 위지 (WeeGee)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명인 '아서 펠리그'보다 '위지'로 더 알려진 그는 1935년부터 프리랜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면서 뉴욕의 밤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밤 (Night)'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면을 의미합니다. 즉, 밤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사고 현장을 그는 누구보다 빨리 도착해서 사진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죠.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찰 무전을 도청할 수 있는 장비를 차에 달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런 위지의 모든 것은 바로 이 영화 [나이트 크롤러]의 강력한 모티브가 됩니다.
그리고 위지처럼, 루이스는 갖고 있던 자전거를 팔아 캠코더와 무전 감청기를 삽니다. 대부분의 사건 사고의 경우 경찰들 간의 무전을 감청해야 다른 누구보다 빨리 현장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장비를 갖춘 후 LA의 코리아 타운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을 취재하게 된 루이스는 총을 맞은 피해자를 다른 누구보다 가까이서 촬영했고 그 내용을 지역 방송국에 판매하게 되면서 첫 수입을 올리게 됩니다.
방송국의 보도국장 리나 (르네 루소)는 다른 사람에게 현장 촬영 영상을 이미 받았지만 루이스가 촬영한 내용이 더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죠.
여기서 루이스는 리나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닫습니다.
‘자극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경찰들의 암호 코드를 더 정밀하게 분석하여 어떤 코드가 더 자극적인 사건에 관한 것인지를 분석하는가 하면, 실업자이자 노숙자인 릭에게 TV 뉴스 사업을 운영한다는 ‘거짓말’을 하고는 인턴으로 채용합니다.
자신이 현장으로 급하게 운전할 동안 옆 자리에서 내비게이션을 보며 방향을 설명해주는 역할이 필요했던 것이죠. 물론 릭이 LA지역 곳곳을 훤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총격 사건이 일어난 주택에 몰래 들어가 사건 현장을 영상에 담는가 하면, 어느 날 차량 전복 사고 현장을 취재하면서 시체의 위치를 옮기고 현장을 완벽하게 자극적 이도록 조작합니다.
즉 스스로 몰입되어 가는 것이죠.
좀 더 자극적으로 영상을 촬영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시나브로 안 좋은 쪽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자신에게 이 일을 알려준 조 로더가 당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그를 굉장히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리고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와 시청률에 민감해진 리나는 루이스의 그런 자극적인 영상을 지속적으로 구매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촌인 그라나다 힐스의 어느 가정집에서 일어난 총격 사고 현장과 함께 집 안에서 살해된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영상으로 담은 루이스는 그 영상을 리나에게 팔고, 리나는 그 영상을 아침 뉴스로 내보내며 시청률 대박을 기록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