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루프, 그 이상의 영화
네이버 영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들에 너무 실망해서 직접 연재하는 영화 리뷰 콘텐츠입니다.
같은 영화라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쓰고 있습니다.
- 타임 루프에 대해
- 영화의 배경
- 캐릭터의 성공
- 영화의 장점
- 영화의 안타까움 점
- 영화에 대한 평가
- 요약
1993년, 그러니까 지금 (2023년)으로부터 무려 30년 전에 할리우드에서 로맨스 영화 한 편이 개봉합니다. 정확하게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영화 뭔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남자 주인공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잠을 깨는데, 이상한 건 전날과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마주치는 사람도, 그 사람과 마주치는 시간도 전날과 똑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남주 주인공의 어느 하루가 매일 같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더 독특한 점은, 남자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입니다.
하지만 개봉 당시에는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영화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 영화는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최초의 영화 또는 원류 (源流)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타임 루프’에서 ‘루프 (Loop)’는 ‘(연결) 고리’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단어가 가진 뜻처럼 특정 시간대가 반복되는 것이 핵심 특징입니다.
그것이 1일이든, 1시간이든 특정 시간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죠. 따라서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처럼 과거나 미래로 가는 타임 슬립과 같은 영화는 타임 루프 장르로 보지 않습니다.
보통 최초의 타임루프물로 꼽는 작품은 E. R. Eddison의 1922년 소설 ‘The Worm Ouroboros’입니다.
여기서 Ouroboros (오우로보로스)는 ‘꼬리를 삼키는 자’라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커다란 뱀 또는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삼키는 형상으로 원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으로 주로 나타납니다.
즉, 꼬리를 계속 먹어 들어가다가 결국 다시 태어나는 모습인 것이죠.
멸망과 재창조를 영원히 순환하면서 사라지는 법이 없이 끊임없이 그 형태를 바꾸는, 물질과 영혼을 포함한 만물의 통일성을 상징하는데, 이런 특징으로 타임 루프의 시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펑서토니 (Punsxutawney)라는 도시에서 매년 2월이면 개최되는 성촉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펑서토니’라는 지명을 우리나라에서는 펑수스토니, 펑추토니, 펑크서토니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고 있는데, 아무래도 영어인 데다 철자도 복잡해서 그냥 다양하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성촉절이란 우리나의 경칩과 비슷한 날로, 설치동물인 마멋 (그라운드호그)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2월 2일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원제목은 ‘Groundhog Day’입니다. 그러니까 실존하는 행사를 배경으로 한 것이죠.
영화의 주인공 필 (빌 머레이)은 자기 멋에 사는 기상 캐스터입니다.
직업적으로 잘 나가다 보니 방송국내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고, 자기가 제일 잘 난 줄 알며, 자신은 대우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감독의 역량이 발휘된 부분은 ‘그럼에도’ 필이 너무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도록 선을 지켰다는 것입니다.
밉상이긴 하지만 어느 조직에나 한 명쯤은 있을 법한 또는 우리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정도에서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필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프리슬리 (메릴 스트립)처럼 ‘정말 저런 사람이 존재한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쁜 캐릭터였다면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에 현실성이 너무나 떨어졌을 겁니다.
즉, [사랑이 블랙홀]은 필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성공한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필은 성촉절을 맞아 PD인 리타 (앤디 맥도웰), 촬영기사 래리 (크리스 엘리엇)와 함께 행사가 열리는 펑서토니로 취재차 출장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타임 루프 현상이 필에게 발생한 것입니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 것을 넘어, 타임 루프를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그렸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