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식은 그토록 무섭다
국내 최초 로드샵 브랜드.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저가 화장품’. 당연히 해당 카테고리를 부르는 이름도 ‘저가 화장품’이었고, 긍정적으로 부를 땐 ‘가성비 좋은’ 화장품.
바로 한 때 화장품 시장의 새로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미샤가 속한 카테고리입니다.
그런 미샤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가격을 낮춘다’가 지향점이었고, 그래서 광고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보아 등을 모델로 활용해 TV 광고를 시작하면서 가격이 소폭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미샤가 잘 나가면서 더 페이스 샵 (이하 더페샵), 스킨푸드 등 경쟁사들이 생겼고, 당연히 미샤 입장에서는 광고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샤는 무섭게 성장하면서 로드샵 화장품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할 정도로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매출이 속절없이 추락하기 시작했고, 더페샵에게 1위를 내주면서 밀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운명을 맞이하고 맙니다. 대체 이런 일이 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더페샵은 저가 화장품임에도 ‘자연주의’를 내세웠고, 브랜드 컨셉도 ‘Natural Stroty’였습니다. 스킨푸드는 그 유명한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일종의 밈을 대유행시키며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었고요.
반면에 미샤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경쟁사들은 자신들만의 브랜드 컨셉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했지만 미샤는 저가 화장품 시장의 ‘개척공신’이라는 이미지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던 것입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저가 화장품이라면 피부에 더 좋을 것 같은 더페샵이나 스킨푸드를 사지 미샤를 사야 할 명분이 딱히 없었던 것이죠.
브랜딩이란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미샤가 보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것이 제가 [광고로 보는 브랜딩]이란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광고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브랜딩을 구축하는 최전선에 있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시나브로 잊혀 가던 미샤는 몇 년 전, 자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광고를 집행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난 뒤 개인적으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우선 광고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광고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미샤를 구매해야 할 명분이나 이유가 느껴지나요? 아니면 미샤만의 브랜드 가치가 느껴지나요?
어쩌면 ‘Me’라는 단어를 통해 미샤라는 브랜드와의 연계성을 확보해 브랜드 상기도를 높이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쌍편년도에나 먹힐만한, 이미 다른 브랜드들에서 (심지어 ‘멀츠’라는 에스테틱 기기 브랜드마저도) 단물을 빨아먹을 대로 빨아먹어 이제는 지겨우리만치 수많은 브랜드에서 반복했던 ‘나다움’ 혹은 너다움’이라는 컨셉일 뿐입니다.
미샤만의 가치도 없고 구매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재론칭 관점에서의 브랜드 캠페인 방식은 따로 있습니다. 미샤처럼 해봐야 촬영비, 모델비, 매체비 등의 비용만 낭비하고, 본래의 목적인 ‘브랜딩’은 달성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광고주 내부는 물론 대행사에도 브랜딩 캠페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미샤는 제품 광고에 집중하며 도발적인 캠페인을 전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