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 재미있게.] 시리즈가 공식 출간되었습니다. 총 3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네이버 영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들에 너무 실망해서 직접 연재하는 영화 리뷰 콘텐츠입니다.
같은 영화라도 좀 더 깊이 있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쓰고 있습니다.
2020년 미국에서는 굉장히 그리고 너무도 독특한 영화 한 편이 개봉됩니다.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한 [Hunt 2020 (이하 헌트)] 바로 그 영화인데요,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서 스릴러와 액션이라는 장르가 적당히 그리고 적절히 버무려진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 숨겨진 의미와 은유를 알게 된다면, 2020년에 개봉된 영화 중에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최고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배우 이정재 씨가 연출 및 주연한 우리 영화 [헌트]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입니다.
영화 평론가나 영화 기자들 중 미국의 영화 프로덕션 중 하나인 블룸하우스를 ‘호러 명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한다면 영화 평론가나 기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호러 (Horror) 영화’라고 할 때는 공포 영화를 뜻합니다. 대표적으로 엑소시스트], [컨저링] 같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블룸하우스의 영화들은 이런 호러 영화들과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스릴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은유와 상징을 더하고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들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장르도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 [겟 아웃]은 공포 심리 스릴러, [더 퍼지: 거리의 반란]은 스릴러, [업그레이드]는 액션, [해피 데스데이]는 코미디라는 전혀 다른 장르지만 다양한 은유와 상징 그리고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각각 담아내고 있습니다. 물론 전형적인 호러 (공포) 영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블룸하우스라는 제작사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그래도 정의하자면 ‘굉장히 독특한 상업적 영화’를 만드는 곳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Hunt 2020] 역시 다양한 은유와 상징을 포함한, 블룸하우스에서 만든 2020년 최고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독특한 첫 번째 이유는 도입부에 영화의 모든 것이 나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밀 클럽 회원 같은 여러 사람이 비밀 채팅을 하다가 누군가에 의해 실수로 Manor (대저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모두가 급하게 채팅을 종료합니다.
그래서 처음 영화를 보게 되면 도입부를 이해하기 힘들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것이 어떤 의미고 이야기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즉, 이야기 전개의 모든 핵심이 도입부의 채팅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정체를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어느 넓은 초원에서 깨어납니다. 그 누구도 와 본 적 없는 초원에서 입에 재갈이 물린 채 힘겹게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카메라는 다양한 사람을 비춰주는데, 여기서부터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클리셰 (전형적인 구성)가 마구 깨집니다.
우선 주인공인 줄 알았던 등장인물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모를 총에 맞아 죽습니다. 그리고 나면 ‘저 사람이 주인공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 사람도 죽습니다.
용맹해 보이는 남성도 죽고, 뚱뚱한 아저씨도 죽고, 아가씨도 죽고 다 죽습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주인공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모두 죽습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용맹한 리더가 일반인들을 이끌어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이 영화의 초반부는 그런 클리셰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주인공처럼 보이는 사람이 죽고, 그래서 저 사람이 주인공인가라는 생각을 하면 그 사람도 죽으니까요.
심지어 철조망을 넘어 초원을 탈출한 세 사람도 죽습니다. 자기들이 이곳에 끌려온 이유를 밝혀낼 것 같은 사람들도 죽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클리셰가 파괴됩니다.
바로 이런 무자비한 살육의 현장에서 뛰어난 상황판단과 압도적인 싸움 실력 그리고 총격술을 바탕으로 탈출에 성공하고 비밀을 밝히는 사람이, 크리스탈 (베티 길핀)이라는 이름을 가진 젊고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진 영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탈출과정에서 그녀와 함께 한 사람들은 뚱뚱보 아저씨들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사람은 근육질의 용맹한 남성이라는 것이 클리셰고, 또 함께 탈출하는 사람은 미모의 여성이어서 알콩달콩 로맨스가 펼쳐지는 게 클리셰인데, 이 영화는 그런 게 없습니다.
그래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상식과 편견을 무참하게 깨버리니까요. 거기다 상당히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뿐 아니라 [Hunt 2020]은 일상에서의 클리셰, 즉 우리가 살아가면서 쉽게 갖게 되는 편견이나 선입견도 날려 버립니다.
사실 이 영화는 미국에서의 ‘보수 vs 진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차별적인 살육이라는 인간 사냥을 벌인 집단을 진보, 그들에게 사냥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수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은 보수 집단은 돈과 관력을 갖고 있어서 소위 말하는 사회 상류층으로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가진 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보 집단은 그런 단단한 사회 계층 구조를 없애고 사회 개혁을 시도하는 중산층이죠.
그런데 이 영화는 반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