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속옷의 최강자는?
[광고로 보는 브랜드와 브랜딩]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광고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전선에 있는 마케팅 아이템입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브랜드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 등이 짧은 시간과 한정된 공간 안에 밀도 있게 표현되어야 합니다.
하. 지. 만.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들이 제작비와 매체비 그리고 모델비 등을 고려했을 때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예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의미 없는 '엉망진창'의 광고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마케팅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래서 [광고로 보는 브랜드]는 광고를 통해 브랜드가 얼마나 마케팅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공유하는 시리즈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속옷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원래 속옷의 기능은 ‘불편함의 해소’였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바지에 지퍼를 부착하는 것이 일상화되자 지퍼에 음모 (陰毛)가 끼는 불편함에서의 해방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여자는 남자에 비해 속옷 한 개를 더 입습니다. 바로 ‘브라’입니다.
브라는 차고 있으면 갑갑하지만, 안 차면 불편합니다. 나아가 젖꼭지가 겉 옷 위로 돌출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는데, 브라는 그런 불편함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그. 런. 데.
시간이 지나면서 속옷에 ‘패션’이라는 시각적 기능이 중요시되었습니다. 자유연애가 일상화되면서 시각적으로 예쁜 속옷을 입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의 브라는 ‘얼마나 가슴을 예쁘게 보여주는가’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여성의 외모는 최고의 권력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외모는 단순히 얼굴뿐 아니라 몸매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몸매를 부각시킬 수 있는 옷을 입는데, 브라는 그런 여성들의 몸매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불편함 해소 → 패션 → 시각적 요소 (몸매 부각)’라는 단계를 거친 것이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더 몸매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능성 요소가 부각되었습니다.
즉,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한 기능이 중요해진 것이죠.
우리나라 여성 속옷을 대표하는 브랜드들로는 비너스와 비비안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비너스는 아직도 귀에 익숙한 ‘사랑의 비너스’라는 광고 음악 (CM 송)으로 유명한데요, 그만큼 상당히 오랜 전부터 광고를 통한 브랜딩 활동을 해왔었습니다.
그러던 2014년, 비너스는 여자들의 가슴에 대한 고민을 직접적으로 해결해 주는 광고를 통해 No.1 브랜드로 도전을 시도합니다.
특히 지금도 유명하지만, 당시 몸매 하나로 외국 모델계를 평정했던 장윤주 씨를 모델로 했었는데요, 우선 광고를 보시겠습니다.
이 광고는 제가 앞에서 언급했던 브라의 최종 역할, 즉 몸매 부각을 위해 시각적 요소를 돋보이기 위한 브라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예쁜 속옷이라는 속성에서 벗어난 것이죠.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 이전에, 영성의 몸매가 외적으로 중요해진 시기에 여성들이 갖는 고민을 해결해 주는 자신감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다만, ‘어떻게’ 해결해 준다는 내용이 없어서 아쉬운 광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바로 그 ‘어떻게’에 집중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오랜 시간 비너스의 모델을 하고 있는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 씨를 모델로 하고, 연구소 컨셉으로 브랜딩을 한 것입니다.
위 광고를 보면 ‘브라에 관한 모든 것을 연구합니다’라는 컨셉 메시지를 통해 시장을 이끌어가는 No.1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굉장히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본격적으로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한 브랜딩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더블윙 체인지라는 신제품 출시와 맞물려 진행했던 캠페인이었는데요, 광고를 먼저 보시겠습니다.
광고를 보시면 제품 소개와 함께 ‘Venus or Not’이라는 ‘브라 시장’의 독보적인 1위를 컨셉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이 광고가 훌륭한 이유는 ‘끊임없이 연구 개발을 하며 시장을 이끌어가는’ 1위 메시지를 신제품과 함께 엮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선택에 대한 명분을 제공한 것이죠.
무엇보다, 귀에 익숙한 CM 송을 광고 도입 부분에 배치하면서 누가 봐도 ‘비너스 광고구나’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뒤이어 연구 개발의 결과인 신제품을 소개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때 비너스의 1위 자리를 굳건하게 해 준 또 다른 요소가 있었는데, 그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사인 비비안이었습니다.
우선 당시 비비안의 브랜딩 캠페인 광고를 보시죠.
배우 하지원 씨를 모델로 했던 이 광고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우선, 이 광고의 메시지인 ‘어떤 가슴도 Fit (핏)이 좋으면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새롭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2년 전 장윤주 씨를 모델로 했던 비너스의 메시지인 ‘문제는 가슴이 아니라 브라다’라는 컨셉과 일맥상통합니다.
두 번째로 Fit이라는 컨셉 키워드입니다.
왜냐면 속옷, 특히 브라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구매할 때부터 가능한 몸에 꼭 맞는 것을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Fit을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브라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옷도 몸에 맞고 활동성이 편한 옷을 구매하고 입는 것은 ‘1+1=2’라는 것처럼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얘기입니다. 비비안만이 가질 수 있는 속성이 아닌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메시지가 말이 안 됩니다.
‘내 가슴에 Fit 한 비비안 브라를 입는다고 해서 움츠리지 않고 당당해진다’는 얘기는 엄청 굵은 각선미 때문에 고민인 여성에게 ‘네 몸에 딱 맞는 스키니 진을 입으면 당당해질 거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저는 여성의 몸매나 그에 대한 관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속옷과 그에 관한 브랜드들의 브랜딩 활동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문제는, 너무도 어설프게 대표 브랜드 흉내를 냈다는 점입니다.
바로 ‘세상의 모든 비비안에게’라는 메시지를 통해 ‘여성=비비안’이라는 공식을 심어주려고 했는데, 문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원 씨가 당시 비비안을 입었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만 해도 ‘빅토리아 시크릿’이라는 외국 브랜드가 전 세계를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속옷 계의 명품’으로 취급되며 많은 여성들이 입고 싶어 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여성=비비안’이라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1위 메시지는 공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명확한 컨셉 메시지를 통한 브랜딩 활동과 이런 경쟁사의 잘못된 행동 (?)으로 인해 1위 자리를 굳힌 비너스는 지속적인 1위 브랜딩을 진행합니다.
위 광고는 ‘브라의 선을 넘다’라는 메시지가 ‘Venus or Not’이라는 컨셉과 만나 1위 이미지가 더 강력해졌습니다.
그런데 2018년부터 대반전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