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빅로를 정의할 때 사용되는 네 가지 기준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Big Law 대형로펌'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대형로펌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Big Law의 '대형(Big)'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나 역시 미국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도대체 대형 로펌이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 직접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즉, 이 글은 Big Law란 무엇인지, 어떤 기준으로 정의되는지를 비경험자의 시선에서 정리해 보려 시도한 글이다.
참고로, 본문에서는 Big Law라고 썼지만, 많이들 띄어쓰기 없이 BigLaw 혹은 줄여서 BL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냥 '빅로'라고 부른다.
미국 내에서 Big Law를 정의할 때는 보통 네 가지 기준이 사용된다.
1. 변호사 수가 250명 이상인 로펌
2. 시장급여(Cravath Scale)를 지급하는 로펌
3. Vault 100 (V100) 순위권에 포함된 로펌
4. Am Law 100 순위권에 포함된 로펌
보통 이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즉 규모와 급여, 그리고 명성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로펌들을 Big Law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변호사 수가 250명 이상이면 Big Law로 분류된다.
하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진짜 'Big,' 대형이라면 보통 500명 이상을 기준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미국 로스쿨이 매년 발행하는 ABA Employment Summary에서도 로펌 규모를 '251-500명'과 '501명 이상 (501+)으로 구분해 공개한다.
예를 들어, Big Law 진출률이 높기로 유명한 코넬(Cornell)과 노스웨스턴(Northwestern)의 2024년 고용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졸업생이 '501명 이상(501+)' 규모의 로펌에 취업했다.
대부분의 Big Law는 전국적 또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뉴욕, 워싱턴 D.C., 로스앤젤러스, 시카고뿐 아니라 런던, 홍콩, 서울 등 주요 도시에 오피스를 두고 있다.
다만 예외도 있다.
예를 들어, Wachtell, Lipton, Rosen & Katz는 뉴욕 한 곳에만 오피스를 두고 변호사 수도 300명 남짓이이지만, Cravath 급여를 지급하며 Vault 100에서 2위에 오른 초일류 로펌이다. 이처럼 단일 오피스라도 시장 최상단에서 활동한다면 Big Law로 분류된다.
결국 Big Law의 규모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시장 내 위치와 영향력 또한 함께 고려된다.
Big Law를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 중 하나는 급여 체계다.
대부분의 대형로펌은 업계 표준으로 통하는 Cravath Scale을 따른다.
Cravath Scale은 뉴욕의 로펌 Cravath, Swaine & Moore가 만든 연차별 급여 체계를 말한다.
한 로펌이 신입 변호사 연봉을 인상하면, 다른 로펌들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거의 동시에 따라 올린다. 이 때문에 Big Law의 급여는 사실상 시장 표준 급여에 수렴한다.
2025년 기준, Big Law의 1년 차 신입은 약 $225,000 (한화 약 3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연차가 오를수록 일정한 폭으로 자동 상승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도시와 관계없이 동일 급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과 생활비 차이로 실질 소득 (net income)은 지역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텍사스는 주(州) 소득세가 없고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같은 연봉이라도 뉴욕보다 실수령액이 더 높게 느껴질 수 있다.
만약 Cravath Scale 또는 그 이상을 지급하면서도 변호사 수가 200명 이하라면, 그 로펌은 Big Law가 아닌 '부티크 로펌 (Boutique Firm)'으로 분류된다.
반대로 규모는 크지만 Cravath Scale보다 약간 낮은 급여를 지급한다면, 그 로펌은 'Regional Big Law' 혹은 'Mid Law'로 불린다.
즉, 규모와 급여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진짜 Big Law라 할 수 있다.
Big Law를 정의할 때 자주 쓰이는 또 다른 기준은 로펌 랭킹이다.
대표적인 지표로는 The American Lawyer가 발표하는 Am Law 100, 그리고 Vault가 발표하는 Vault 100이 있다.
Am Law 100은 매출 (Gross Revenue), 변호사 수 (Headcount), 파트너당 이익 (Profits per Equity Partner, PEP), 변호사 1인당 매출 (Revenue per Lawyer) 등 재무 성과를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즉, 규모와 수익을 기준으로 한 객관적 지표다.
반면 Vault 100은 매년 약 2만 명의 현직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본인이 속하지 않은 다른 로펌에 대한 평판(prestige)을 평가한다. 재무 지표가 아닌 명성(reputation)과 인식(perception)에 초점을 두며, 업계에서는 V10, V20처럼 세부 서열로 사용되기도 한다. 상위권 로펌일수록 채용, 이직, 클라이언트 기회가 더 넓게 열려 있다.
일반적으로 Am Law 100 혹은 Vault 100에 이름을 올린 로펌들은 규모, 급여, 명성 모두 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거의 모두 Big Law로 분류된다.
이 네 가지가 일반적으로 Big Law을 정의할 때 통용되는 기준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에 몇 가지 요소를 더할 수 있을 것 같다.
Big Law라 하면 자연스럽게 뉴욕, 시카고, 휴스턴, 샌프란시스코 같은 몇 대도시가 떠오른다.
즉, Big Law는 미국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니라, 소수의 주요 마켓에 집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뉴욕은 금융 중심, 시카고는 기업거래와 소송, 휴스턴은 에너지, 샌프란시스코는 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거대한 로펌 수요가 존재한다.
반면 네브래스카나 사우스다코타와 같은 중서부 지역은 지역 기업 중심의 중형 로펌(Midlaw)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Big Law를 가기 위해 사우스다코타로 간다'는 말은 다소 어색하게 들린다.
Big Law의 문화는 세 단어로 요약된다: High Pay, High Hours, High Growth. 돈, 시간 (피로도), 성장속도가 모두 High다.
앞서 2에서 살펴본 것처럼, Big Law는 Cravath Scale 덕분에 High Pay를 보장한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은 높지만, 개인 시간은 거의 없다.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는 흔하고, 밤이나 주말에도 클라이언트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대신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입사 후 몇 년 안에 수백억 원 규모의 거래나 Fortune 100 기업의 계약 실무를 맡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사실 Big Law의 급여가 모두 비슷한 이유도 이 문화 때문이다.
어디서 일하든 일의 강도와 환경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급여를 낮게 책정하면 사람이 오지 않는다. 결국 Big Law는 인재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Cravath Scale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미국의 대형로펌은 일반적으로 다음 요소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로펌을 가리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시장급여, 250명 이상 규모의 조직, Am Law 100 랭킹, Vault 100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