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미국 Big Law 리크루팅의 변화

대형로펌 채용은 왜 이렇게 빨라졌는가

by 리짓

미국 로스쿨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대형 로펌(Big Law)을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 Big Law의 채용 일정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1L 성적이 나오기도 전에 인터뷰가 잡히고, 심지어 10월부터 지원 포털이 열리는 곳도 있다.


이 글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Big Law 리크루팅이 실제로 어떤 일정으로 움직이는지를 정리하려는 시도다. 나 역시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이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언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싶었다.




1. Big Law 채용의 기본 구조

과거에는 대부분의 학생이 2L 여름 인턴십을 통해 대형로펌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1L 여름부터 Big Law 인턴 경험을 쌓는 것이 사실상 필수적인 단계로 자리 잡았다.


상위권 학생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많은 로펌이 1L 단계부터 Diversity Program이나 Early Recruiting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L 인턴십은 단순한 탐색의 시간이 아니라 이후 2L 인턴십으로 이어지는 비공식 트랙이 되었다.


이 변화로 인해, Big Law 리크루팅 일정은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제는 1L 성적이 나오기도 전에 인터뷰가 잡히고, 심지어 10월부터 지원 포털이 열리는 로펌도 있다. 아래에서는 이렇게 앞당겨진 Big Law 채용의 실제 타임라인과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1-1) 1L 가을~겨울: November Wave

일부 로펌은 10월에 이미 지원 포털을 열지만, 본격적인 1L Summer Associate 채용 시즌은 11월 초, 이른바 November Wave에 시작된다.

일부 로펌은 그보다 이른 10월 초부터 포털을 열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채용은 11월 초부터 진행된다. 이 시점에 많은 로펌이 rolling basis(선착순)으로 서류를 검토하기 때문에, 일찍 지원할수록 유리하다. 빠른 경우에는 12월에 이미 인터뷰와 오퍼가 확정되기도 한다.

1L 여름 인턴십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다. 이 시기의 인턴십 경험은 이후 2L 채용 (Pre-OCI, OCI)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여주는 핵심 발판이 된다.


2-2) 1L 여름 이후~2L 초: Pre-OCI

1L 여름 인턴십이 끝난 뒤, 즉 2L 학년이 시작되기 전 (rising 2L)부터 본격적인 Pre-OCI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2L Summer Associate (정규 Big Law 인턴십)을 조기 채용하는 단계다.

일부 로펌은 3~4월부터 네트워킹과 서류 접수를 시작해, 6~8월 사이에 대규모 채용을 마무리한다.

최근에는 많은 로펌이 전체 2L Summer 자리의 절반 이상을 Pre-OCI 단계에서 채운다. Pre-OCI에서 오퍼를 받은 학생의 자리는 OCI에 다시 열리지 않는다. 사실상 Pre-OCI가 기존 OCI의 역할을 대체하며, 핵심 채용 단계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름 때문에 헷갈리지만, Pre-OCI는 1L 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1L 여름 이후에 시작되는 2L 채용 과정이다.


2-3) 2L 여름 전: OCI (On-Campus Interview)

OCI (On-Campus Interview)는 각 로스쿨이 주관하는 공식 채용 프로그램이었다. 로펌이 학교를 통해 학생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학교는 지원서를 취합해 인터뷰 일정을 조율한다.

인터뷰는 보통 30분 내외의 1차 Screening Interview와 2차 Callback Interview로 구성된다.

전통적으로 OCI는 Big Law 리크루팅의 핵심 경로였지만, 최근에는 Pre-OCI 단계에서 이미 대부분의 자리가 채워진 상태로 진행되거나, 일부 로펌은 아예 OCI를 생략하기도 한다.


2-4) 2L 여름: Summer Associate → 정규 오퍼

6~8월 동안 진행되는 2L Summer Associate 인턴십은 대부분 졸업 후 정규 입사 (Full-time Offer)로 이어지는 마지막 단계다.

인턴십 종료 시점에 로펌이 오퍼를 제공하며, 이를 수락한 학생은 보통 졸업 후 Associate로 입사한다. 즉, 2L 여름은 Big Law 커리어의 사실상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다.




2. Big Law 채용 일정이 앞당겨진 이유

핵심 이유는 인재 경쟁의 과열이다.

상위권 학생을 먼저 확보하지 않으면, 2L OCI (On-campus Interviewing) 시점에는 이미 다른 로펌에 선점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펌들은 채용 일정을 점점 앞당기며, 조기 리크루팅 프로그램과 1L 네트워킹 이벤트를 통해 가능한 한 빨리 학생들과 접점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L Diversity Fellowship이다. 겉으로는 다양성과 포용(DEI)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잠재력 있는 1L 학생을 미리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리크루팅 채널로 작동한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과속화되었다. OCI가 전면 중단되고 화상 인터뷰가 도입되면서, 로펌과 학생이 학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그때부터 로펌들은 더 이상 학교 일정에 맞추지 않고, 자체 일정으로 채용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결국 DEI 프로그램의 확산, Pre-OCI의 조기화, 1L Summer Associate 채용 확대, 버추얼 리크루팅의 보편화 등의 흐름은 좋은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한 Big Law 간의 속도 경쟁에서 비롯된 결과다.




3. Big Law, 채용이 빨라진 만큼, 지원도 빨라야 한다.

예전에는 2L 여름에 지원해도 충분히 Big Law 입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1L 여름부터 인턴십 경험을 쌓는 것이 사실상 Big Law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 단계가 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경쟁이 치열해서가 아니라, 지원 시점 자체가 Big Law 입사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로펌은 10월 혹은 11월 초, 이른바 'November Wave' 시기에 1L Summer Associate 지원서를 받기 시작하고, 이 단계에서 이미 상당수의 자리가 채워진다. 이렇게 조기에 1L 인턴을 확정한 학생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Pre-OCI, OCI, 2L Summer Associate 채용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 반대로 1L 인턴십을 놓친 학생은 네트워킹, 추천, 로펌 내부 연결고리 없이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즉, 1L 인턴십은 단순한 여름 프로그램이 아니라 2L 여름 인턴, 그리고 Big Law 취업으로 이어지는 예선전이 되어버린 셈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조기 채용이 보편화되면서, Pre-OCI가 사실상 Big Law 리크루팅의 핵심 단계로 자리 잡았다. 많은 로펌이 6월 이전, 심지어 5월 말에 지원을 마감하거나 상당수 자리를 이미 채운 상태에서 공식 OCI를 진행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Pre-OCI의 시기는 눈에 띄게 더 앞당겨졌다. 일부 로펌은 전체 채용의 50~90%를 Pre-OCI 단계에서 완료하고 있으며, Cahill처럼 3월에 이미 지원 포털을 여는 로펌도 등장했다. 이에 대응해 일부 로스쿨은 OCI 일정을 5~6월로 앞당기거나 아예 폐지하기도 했다. 이제 Big Law 리크루팅의 무게 중심은 완전히 Pre-OCI로 옮겨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학교를 통한 정규 OCI보다, 직접 지원 (direct application)과 사전 네트워킹이 훨씬 더 효과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4. 1L 리크루팅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

채용 시기가 이렇게 앞당겨졌다는 것은, 1L 첫 학기부터 커리어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2L 여름을 앞두고 충분히 탐색할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입학한 지 몇 달 만에 어떤 로펌, 어떤 도시, 어떤 분야에서 일할 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었다. 탐색의 시간이 짧아진 만큼, 잘못된 선택을 수정할 기회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학생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직 로스쿨 성적이 아니다. 따라서 로펌은 학교의 명성, 네트워크, 개인의 스토리와 같은 비정량적 요소를 더 비중 있게 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1L 성적의 영향력은 줄었지만, 학생이 속한 학교의 이름이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게 된 셈이다. 학교의 브랜드는 일종의 보증수표처럼 작용하고, 동문과 교수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과 추천이 채용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도시'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로펌이 캠퍼스로 직접 찾아오거나 지역별 리크루팅 행사를 열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속한 도시나 주의 로펌 중심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버추얼 인터뷰와 온라인 네트워킹이 보편화되면서, 학생들은 더 이상 물리적 거리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다.


결국 학생 입장에서는 (1) 입학한 로스쿨의 이름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고 (2) 네트워킹과 관계 형성이 성적만큼 중요해지며, (3) 스스로의 진로를 훨씬 빠르게 정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게 되었다. 결국 조기화된 리크루팅은 목표가 뚜렷한 사람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로스쿨에 들어가 여러 방향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는 가혹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5. 맺으며

요약하자면, Big Law 리크루팅은 더 빨라지고, 더 경쟁적인 시스템으로 변했다.

과거에는 2L 여름이 Big Law 채용의 출발점이었지만, 이제는 1L 가을 (10월)에 이미 첫 관문이 열린다. 성적이 나오기도 전에 인터뷰가 잡히고, 입학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여름 인턴을 확정하는 학생들도 있다.

Big Law가 인재 선점 경쟁을 멈추지 않는 한, 이 흐름이 앞으로 느려질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대형 로펌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라면 정보를 더 빠르게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준비하여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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