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Law보다 작지만, 전혀 덜하지 않은 곳
이전 글에서 미국 대형로펌, 이른바 Big Law에 대해 살펴봤다. 그런데 Big이 있다면, 당연히 Mid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Big Law는 높은 연봉 덕분에 많은 로스쿨생들의 선망 대상이 되었고, 그래서 그 문화나 분위기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이야기를 통해 얼추 어떤 곳인지 감이 잡힌다. 하지만 중형 로펌, 즉 Mid Law (Mid-sized Law Firm)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어, 정작 어떤 곳인지 선뜻 그려지지 않았다.
도대체 미국 법조계에서 Mid Law는 어떤 곳일까? 그 궁금증에서 이 글은 시작되었다.
앞선 글에서 Big Law를 정의할 때, 시장급여 (Cravath Scale), 250명 이상 규모의 조직, Am Law 100과 Vault 100 순위권이라는 네 가지 기준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로펌을 대형로펌으로 보았다.
Mid Law는 일반적으로 이 네 가지 기준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로펌들을 가리킨다.
규모 면에서는 변호사 수가 약 100~250명 수준에 머물며, 지리적으로도 대부분 한두 개의 주요 도시에 기반을 둔다. 이때 그 도시는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대도시일 수도 있지만, 오스틴, 샬럿, 내슈빌, 덴버처럼 조금 더 지역적이면서도 산업 기반이 탄탄한 '중견 도시' 혹은 secondary market에 거점을 둔 경우가 많다.
랭킹 기준으로는 Am Law 101~200권에 속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급여 체계는 Cravath Scale보다 20~40% 정도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예를 들어, 2025년 기준 Big Law의 신입 변호사 초봉이 약 $225,000이라면, Mid Law는 보통 $130,000~$200,000 정도의 초봉을 지급한다.
그렇다고 해서 Mid Law의 클라이언트가 작은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이나 지역 대기업, 혹은 특정 산업군의 전문 기업을 주된 고객으로 둔다.
다만 Big Law에 비해 조금 덜 획일적이다. 조직 구조, 운영 방식, 급여 체계, 승진 시스템이 로펌마다 다양하며, 업무 영역 또한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실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Mid Law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무 중심적인 로펌 형태로 평가된다.
Big Law는 연차별 급여가 고정된 Lockstep 시스템을 유지한다.
반면, Mid Law는 급여와 보너스 체계가 훨씬 비공식적이고 유연하다. 성과, 파트너 매출, 혹은 개별 협상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으로 급여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시장 평균을 추정하거나 비공식적으로 파악하는 수준에 그친다.
일부 Mid Law 로펌은 Big Law에 근접한 보수를 지급하는 반면, 일부는 훨씬 낮은 수준에서 급여를 책정한다. 다만 앞서 말했듯, Cravath Scale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Big Law의 변호사들은 연간 약 2,600~2,900시간 정도를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Mid Law는 대체로 연 1,800~2,000시간, 즉 하루 평균 9~11시간을 근무한다. 다만, 사건의 복잡도나 클라이언트 요구에 따라 체감 근무량이 Big Law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조직이 작고 계층이 단순해 업무 조율이 자유롭기에, Mid Law의 워라밸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말한다. 특히 몇 Mid Law는 휴가 사용이나 근무 시간 조정이 비교적 유연하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다른 시선에서는 업무 강도는 비슷한데 금전적 보상은 낮다는 지적도 있다. 규모가 작아 지원 인력이 부족하고, 한 명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Big Law가 방대한 리서치팀과 지원 인력을 갖춘 '무한 리소스형' 조직이라면, Mid Law는 상대적으로 자원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변호사 한 명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며, 대형로펌처럼 세분화된 전문팀에 배치되는 대신 하나의 사건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Generalist로 성장할 기회가 많다.
신입 변호사도 초기부터 서면 작성, 계약 검토, 클라이언트 미팅 등 실질적인 업무를 직접 담당한다. 로펌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파트너와의 거리도 가깝고, 피드백이 빠르며, 업무 전반을 조망하는 시야를 일찍부터 기를 수 있다.
다만 Mid Law는 클라이언트 한 명 한 명의 비중이 훨씬 크다. 고객과의 관계가 밀착되어 있는 만큼, 한 클라이언트를 잃는 것이 곧 로펌 전체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만큼 책임감과 압박감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결국 Mid Law의 근무 환경은 '일반적으로 낫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워라밸이 좋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Mid Law의 채용 구조는 Big Law와 뚜렷하게 다르다.
Big Law가 OCI (On-Campus Interview)나 Summer Associate Program 같은 전국 단위의 체계적인 채용 시스템을 운영하는 반면, Mid Law는 훨씬 지역 중심적이다.
대부분의 Mid Law는 해당 도시나 주(州)의 로스쿨 출신을 선호한다.
이는 단순히 학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정착해 일할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용 과정도 해당 주의 로스쿨을 중심으로 이뤄지거나, 로컬 네트워크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커리어 측면에서 Mid Law는 Big Law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나 하위 단계가 아니다. 두 커리어는 위아래로 연결된 승진 구조라기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열려 있는 병렬적인 커리어 트랙에 가깝다.
실제로 Mid Law에서 전문 분야 경력을 쌓은 뒤 Big Law로 'lateral 래터럴' 이동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는 승진처럼 '위로 올라간다'기보다, 일의 범위와 시장 규모가 달라지는 수평적 이동에 가깝다. 물론 그와 함께 보상 수준과 다루는 거래의 규모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Big Law에서 장시간 근무와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한 번아웃을 경험한 후, 보다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을 찾아 Mid Law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Big Law는 여전히 상위권 로스쿨 졸업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로스쿨 랭킹이 다소 낮거나 OCI 시즌에 오퍼를 받지 못한 경우라면, Mid Law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향후 Big Law로 커리어를 확장하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이다.
다만 국제학생의 경우 Mid Law 진입에는 제약이 있다.
대형로펌처럼 체계적인 비자 스폰서십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H1-B나 영주권 지원을 기대하기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4. 맺으며
Mid Law는 Big Law의 축소판이 아니다. 물론 랭킹, 규모, 연봉 면에서는 다소 작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루는 클라이언트의 규모가 작거나, 스트레스가 적거나, 근무 시간이 짧은 것은 결코 아니다.
Mid Law는 Big Law에 비해 각 로펌의 지역, 오피스, 파트너 구성에 따라 문화적 편차가 훨씬 크다.
어떤 곳은 대형로펌 못지않은 속도와 강도를 유지하고, 어떤 곳은 더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일한다.
결국 Mid Law는 '덜 빡센 로펌'이 아니라, Big Law와 다른 원리로 돌아가는 조직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