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풍경,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 30대 중반 퇴사자의 사업과일상
저 잠 진짜 잘잡니다.
환경 잘 안 가리고 잘잡니다 베개랑 이불만 있으면 말이죠.
그런 제가 최근에 잠을 잘 못 잡니다. 새벽 2시에서 4시에 둘째(생후 40일)가 밥 달라고 울어서 깨면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제가 밤수를 합니다. 낮에 피곤하긴 해도, 일하는 것보다 애 보는데 몇 배는 힘든 걸 알기에 낮에 고생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보통 밤수를 하고 트림까지 시키면 보통 15분에서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후에 다시 잠을 자게 됩니다. 요 녀석이 아주 쪼끔 컸다고 그래도 요새는 4-5시간 통을 잘 때도 있습니다.
군대에서 새벽에 불침범이 깨면 관등성명 대면서 군복으로 갈아입고 총기 메고 근무하러 가는 게 엄청난 고역이라 생각했는데.. 그때는 하루에 한 번이잖아요. 그리고 초번이나 말번을 서게 되면
중간에 푹 잘 수도 있고 말이죠.
갓난아이가 있는 집은 차원이 다릅니다. 밤에 2번 이상 깨는 건 기본이고, 3번 4번 혹은 1시간에 한 번씩 깨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분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상상이 안될 거예요 ㅠㅠ
그냥 선임이 1시간에 한 번씩 귀에다 이렇게 속삭인다고 보시면 됩니다
"박 이병... 근무 시간이야"
다시,
문제는 밤수 이후에 잠이 잘 안 온다는 것입니다.
자려고 다시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며칠 동안 새벽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쓸 시간을 어떻게든 확보하고 싶었는데, 둘째가 이렇게 저에게 선물을 주는군요.
그제는 5시간 수면
어제는 4시간 수면
오늘도 4시간 수면.. 오후 스케줄을 빡빡하고 ㅋ
직장 다니는 아빠들 힘내세요. 자녀를 키워내고 회사에서 성과 내는 여러분은 위대합니다. 그 자체로도 이미 노벨평화상에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감입니다.
첫째를 낳기 직전, 저는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급여보다 높은 수준의 사업 순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가정을 해보았습니다.
20대 중반에 쌓았던 창업경험이 없었다면,
20대 후반에 다녔던 회사가 위태롭지 않았다면,
그래서 나가 사업할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면,
그렇게 회사 생활만 하다가 아이들을 낳았다면.,
회사 생활에 치여 아이들 자는 얼굴만 보게 되었다면,
휴일에는 회사생활 피로 풀고, 월요일 출근을 위하 체력을 비축하려고 잠만 잤다면,
이랬다면, 전혀 다른 현재를 살고 있겠죠.
역사에 만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시간의 축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는 것은 생각을 전환하는 데 있어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이러한 선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면, 미래의 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네, 지금의 선택들이 축적되어 미래의 나라는 결과가 생길 것입니다.
저는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제 자녀들에게도 부끄러운 아빠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생각을 심어주고, 좋은 계기를 만들어주고,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들이 있었다는 것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써서 흔적은 남깁니다. 제 과정과 생각을 자세하게 남길 수 있는 것은 글과 책이라고 생각하기에 말이죠.
저는 행복합니다(행복하다..행복하다... 최면에 가까운 ㅋㅋ).
아내와 투닥투닥하면서도(때로는 좀 심하게),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첫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3살까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순간순간 눈에 담을 수 있었기에,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그리고 40일인 지금까지 많은 순간 함께 할 수 있어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물론, 요새는 자발적 야근으로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하지만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