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풍경,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 30대 중반 퇴사자의 사업과일상
불안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네, 불안합니다. 저도 사람인데 매출이 안 나올 때는 불안해서 잠 못 잔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불안하기 때문에 더욱 준비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갔을 때, 미래에 대한 큰 대비를 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결정적 한방을 맞게 되는 상황이 더 고통스럽고 힘들 것 같습니다.
안티프레즐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었는데, 저 같은 퇴사자들은 알게 모르게 이런 안티프레즐 성향이 생기게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확실하다 생각하는 그 무엇이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합니다. 한 우물을 파면서 시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러 우물을 파면서 시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가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시도라는 과정 속에서 더욱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것이죠.
회사를 다닌다면 회사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큰 목표가 있어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중간 거점 혹은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 취업 문화가 인생의 목표를 설계하게 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향보다는 이름 있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누구나 알아주는, 그래서 입사만 하면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받게 되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에 박수를 쳐주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20대에 대기업 상무가 되셨었던(과거) 전종하 님의 <언더독 레볼루션>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과 표지를 봤을 때에는 어린 나이에 돈 좀 벌어서 자랑하려고 쓴 책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넘겼는데, 제가 섣불리 판단했다 반성했습니다. 부유하지 않은 평범한 가정, 게임에 빠졌던 고등학생 시절,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리지니 고등학생 성주, 부모님의 연이은 창업 실패, 공부보단 사업을 선택했던 이유. 인상적인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공부에 소질이 없던 그분은 공부를 포기했다고 했지만, 그가 포기한 것은 자신의 약점이었습니다. 대신 그는 사업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강점화 하기 위해 책과 신문을 섭렵했습니다. 결국 '더반찬'이라는 온라인 식품 판매를 창업하고, 첫 달 매출 300만 원으로 시작해 대기업에 M&A 인수되는 시점에 자신의 사업을 300억의 돈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바라본 그분 또한 안티프레즐 성향이 어렸을 때부터 키워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창업 실패를 원망하지 않았으며, 최후의 최후까지 오게 되었던 그였기에 더욱 단단해지기 위해 노력한 것이 보였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니체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확실함 가운데 있다 생각하는 사람은 안주하게 된 현실 속에서 정체됩니다.
급변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누가 살아남을까요. 저는 전자 쪽이라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5G, 스마트공장.. 미디어를 통해 들리지만 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느 순간 자신의 눈 앞에 닥쳐와 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면 그때는 늦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