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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청장 Mar 12. 2019

20년 뒤 나의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을 위하여

결핍, 성장을 위한 조건

이 글을 쓰는 2019년의 저는 36세이고, 20년 뒤에 저는 56세입니다. 그때가 되면 제 첫째 아이는 24살 둘째 아이는 22살이 되겠죠. 성인이 된 제 아들과 딸에게 저는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성공학 관련 책들을 보면, 한결같이 그들은 무언가 '결핍'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그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의 힘으로 채우고자 많은 시도를 하고, 그 시도들이 쌓여서 부와 명예를 손에 넣게 된 것이죠. 


저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풍족했다 느낍니다. 

맨손으로 사업을 일구셨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도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셨던 어머니, 그러면서도

자식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해주기 위해서 노력하셨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 사랑 덕분에 저는 가난을 느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재능이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연설을 가르칠 정도셨죠. 화술에 능하고, 꾀가 많으셨습니다. 시대를 잘 만나고 약간의 지원이 있었다면 분명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사셨을 것입니다. 좋은 쪽으로 말이죠. 그런 아버지로부터는 저는 '다양한 시도'와 '끈질김'이 뭔지를 배웠습니다.


일을 시작했으면 작은 부분까지 마무리 지으려는 세심함과 잘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하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배워왔습니다. 그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요, 저 또한 온라인에서 굉장히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마무리까지 세밀하게 하는 부분은 제 성향 탓인지 좀 부족하긴 하지만요.


36세에 얻은 작은 깨달음 중 하나가 있습니다. 

자식에게 돈을 주기보다는 돈을 버는 방법과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받았지만, 정작 무엇을 받았나 회상해보면 많은 용돈을 주던 게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그분들로부터 받은 무형의 가치들이 떠올려집니다. 


그다음 떠올려지는 것은 제가 꿈꿔왔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쥐어준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촬영감독이었던 저는 대학교 때 100만 원이 넘는 카메라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정말 철이 없던 시절이죠. 덕분에 저는 그 카메라를 사용하여 많은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삶은 그들 개인의 선택이기에 어떤 삶을 선택하든 제가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부모로서 옳은 선택을 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옆에 있어줄 뿐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도구를 지원해주는 것이죠. 저희 부모님께서 저에게 그래 주셨던 것처럼.



내 지식을 강요하기보다는 내가 알려준 지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에 올려두는 것

돈 버는 직업을 강요하기보다는 돈을 버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가 모여있는 곳을 알려주고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잡을 도구를 지원해주는 것.

물고기를 잘 잡는 사람들과 잡은 물고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환경에 속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한 삶을 자신이 책임지도록 하는 것에 많은 가치를 두려고 합니다.

조련사의 길을 선택하든, 농부의 길을 선택하든, 비서의 길을 선택하든, 운전수의 길을 선택하든 그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 길에서 최선을 다해 홍익인간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합니다. (그런데 아내는 자꾸 공무원이 최고라고...)


20년 뒤의 삶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9년에 20년 뒤의 한국이 이렇게 눈부신 성장을 할 줄 몰랐던 것처럼 말이죠.

마찬가지로 20년 뒤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어있을 것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예술, IT기술 등 모든 것들이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사는 자세입니다.

고영성 작가님의 인생 책이라던 그 책은 저에게도 인생 책이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제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바로 이 자세를 선택할 것입니다.

책 제목처럼, 사랑하며 배우는 자세를 말이죠.


먼 훗날 나의 아이가 성인 되어 제가 남긴 글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아빠, 아빠가 먼저 글 쓴 데로 살았어야지"라고 비난을 하지 않게 살아야겠습니다.



'결핍'은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그런데,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결핍'은 성장을 도울 수도 혹은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적절하게 의도된 '결핍'이 리스크를 줄이고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에 있어서는 어떨까요? 사실 모든 것을 갖추고 사업을 한다 해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사업에 있어서 적당한 자본은 필요하지만, 어쩌면 자본이 없는 것이 그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돈이 부족하기에 한정된 자원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안을 모색해 살길을 찾는 것이 넉넉한 자본으로 여유를 갖고 돈 쓸 궁리하는 것보다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제 아이에게 현재는 의도된 결핍을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책을 읽어주되 많이 읽어주지 않는 것입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저와 제 아내가 책을 읽어주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고, 지금은 장난감보다 더 많은 책을 삽니다. 그리고 TV가 없으니 아이는 놀다가 체력적으로 지치면 자연스럽게 책으로 관심이 옮겨집니다. 


이때, 책을 아이가 원하는 만큼 잔뜩 읽어주지 않습니다.

몇 권 읽고, 이따 밤에 잘 때 또 읽자고 하죠.

그러면 아이는 더 읽어 달라며 흥분합니다.


'오케이 걸려들었어'


마지못해 2권만 더 읽어 주기로 하고 합의를 합니다. 그렇게 아이의 승낙을 이끌어내어 책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밤에 잘 때 또 책을 읽어주죠.


이 방법은 저와 아내 둘 모두 합니다. 지금은 너무 읽어달라고 해서 제가 읽다가 졸고, 먼저 잘 때도 많아서 아내에게 다음날 눈칫밥 먹기도 합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 맞아? 왜 책만 보면 졸아?' 이렇게요.


덕분에 아이는 지식을 냠냠 먹으며 자랍니다.  아내의 책 육아 덕분에 아이의 어휘와 문장력은 날이 갈수록 늘고,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내놓아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책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아빠의 잘못을 잘 지적해주기도 하죠.(맹랑한 것...)


 물론 아이는 성장하고 있고, 그에 따라 생각도 커지니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참 놀라운 성장입니다.




과거에 제자가 스승의 어떤 비법을 받기 위해서는 도제 시스템을 거쳐 허드레 일부터 해야만 했습니다. 스승은 그 비법을 꽁꽁 숨겨두고 알려주지 않죠. 제자는 그 비법을 어떻게든 알아내기 위해서 스승의 일거수일투족을 배웁니다. 결국 사실 비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스승의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자세로부터 제자는 이미 비법 아닌 비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많은 비법에 노출되어, 언제든 맘만 먹으면 도달할 수 있기에 노력을 안 하는 것 아닐까요.'결핍'이라는 요소보다는 '풍요'라는 요소가 우리를 지배하면서, 배고픈 늑대가 아닌 배부른 돼지가 되어 게을러져 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 풍요가 예상치 못하게 우리를 망치고, 우리의 아이들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20년 뒤에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삶의 자세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놓았습니다. 비법보다는 체계를 중심으로 정리해놓았어요.(그래도 비법이 있을수도...)

http://bit.ly/in4ch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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