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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청장 Mar 14. 2019

나는 월급 200만 원짜리 인생이 아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돌아보기 위해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

우리는 우리의 생각대로 살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스스로 생각한다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 어딘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거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제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어학연수를 1년 동안 다녀왔어도, 저는 한 달에 200만 원이 안 되는 급여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스스로 200만 원짜리 인재라고 생각되게 되었고, 어딜 가서 갑자기 300만 원 400만 원 받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는 200만 원을 받는 회사에 다니며 200만 원을 받는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기 때문에 스스로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을 망각한 채로 살았습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스스로의 가치를 돌아보는 과정을 우리가 배운 적이 있었던가요. 


비스무리한 것을 배운 적은 있을 거예요. 저와 비슷한 198x 년대 생들이라면 중고등학교 도덕 시간에 그리스 철학자나 공자 맹자 노자 장자는 한 번쯤 접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책 속의 텍스트로 되어있는 것들이 우리의 삶에 들어왔던 가요?


시험 중심, 과제 중심, 주입식 공부를 한탓에 성악설은 맹자가, 성선설은 순자가 했다는 것만 어렴풋하게 기억이 날 뿐입니다. 공부가 공부로 끝나고, 우리의 삶과 연결되지 못하는 것들을 우리는 20년 가까이 겪어야 했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를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수학의 미분 적분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수헤리베붕탄질산... 주기율표를 외우면 그 원소들이 내 인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 채로 그저 외우라고 해서 외우고, 외우지 못하면 모지리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고등학교 졸업한 지 18년이나 되었는데 이상하게 주기율표는 아직도 통재로 외웁니다. 그때 화학을 담당했던 찰스 선생님 덕분인듯해요. 근데 쓸데는 없군요)



아쉽게도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그 과정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습니다. 스카이캐슬의 독서토론모임이 오피니언 리더에 의해 토론이 아닌 편향된 사고의 주입식 교육의 장이 되었던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기보단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내 생각인 것처럼 묻어가는데 적응해버렸습니다. 


또한 나의 가치를 나 스스로 정립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이 바라보는 나를 의식하여 그 틀에 나를 맞추는 것이 튀지 않고 좋게 좋게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리게 되었습니다.


도야마 시게히코가 쓴 <사고 정리학>의 책을 보면 글라이더 인간과 비행기 인간에 대한 비유가 나옵니다. 글라이더는 누군가가 던져주는 동력으로 잠시 날게 되는 것에 비해 비행기는 스스로의 동력을 통해 장시간 난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이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든 간에, 글라이더 인간을 양성하고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저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잘 평가한다고 생각하신가요?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자신의 떡은 작고, 초라해 보이지는 않으신가요.


우리의 가치는 현재 내가 벌고 있는 돈의 액수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여성분들의 경우는 그 생각의 편차가 더 심합니다. 돈을 한 달에 몇 백만 원을 버는 것보다 아이를 바르게 양육하는 것이 더 위대한 일인데도, 본인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러한 시각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것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집에서 애나 돌볼 것이지, 어딜 집구석을 기어 나와!"라는 드라마의 단골 멘트는 그 멘트 자체로 아이를 키우는 가치를 낮게 만드는데 일조했다고도 봅니다.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으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전 이야기에서도 나오지만, 회사를 다니던 저의 모습은 한심했습니다. 죽어라 일은 하지만, 열심히 하기만 할 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B급 아니 C급 인재였죠. 심지어는 회사에 이야기도 안 하고 출근을 안 한적도 있을 정도로 저는 한심한 녀석이었습니다. (참고 꼭지 : 퇴사 전 풍경)


그 당시 스스로 생각했던 저는 월급 200만 원도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이직이나 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걱정을 했고, 이직을 위해 잡코리아나 사람인, 워크넷을 볼 때면 한 없이 작아지고 또 작아졌습니다. 


'그래도 월 200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180만 원이라도 주는 여기는 어떨까'

'아 야근 많은 것 같은 회사다. 여긴 안 가는 게 좋겠다'

'월 220만 원이라고? 아.. 여기 가서 잘할 수 있을까 난 안될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이 저를 짓누르면서 저는 길 가다 주워도 버리게 되는 더러워진 10원짜리가 된 것 같은 기분 속에서 몇 날 며칠을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노트를 꺼내 들고 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 모두 적어 내려 갔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들도 모두 적었습니다. 무엇을 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지 적고, 일을 통해 습득한 스킬들을 모두 적었습니다. 


이렇게 적어 내려 간 종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펼쳐 들고 나니, 제가 그전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았고,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재능과 경험도 있었습니다. 더러워진 10원짜리로 보였던 저를 잘 닦아 내고 나니 반짝반짝 빛나는 금화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실패해도 괜찮은 나이라 생각했습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돌아보기 위해서 마주해야 할 것.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역사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자신의 역사를 잊은 스스로에게 밝은 미래란 없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남에게 나를 비싼 월급에 팔 수 있을까요.


그 후, 전 책이 계기가 되어 부업으로 인터넷에서 상품 파는 것을 시작하였고,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보이면서 자신감, 자존감이 급 상승했습니다. 월급 이상으로 수익이 생긴 상황이다 보니 이직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다니던 회사 조차 낮게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상황이 역전되다 보니 스스로의 과거는 생각하지 못하고 적자의 늪에 빠져 직원들 월급도 제때에 못주는 대표를 우습게 보기도 했습니다.(여전히 철이 없었죠)


저는 교만했고, 자만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것을 토대로 시도하고 성과를 거두는 것은 좋았으나 그 과정에 운이 개입되었던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사업에 대한 자신감에 가득 찬 상태에서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하고 나서 저는 상당한 굴곡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하루 매출이 몇십만이 될 때면 외식을 하고, 어깨에 힘들어가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졌었습니다. 반면 어떤 날은 매출이 0일 때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심히 걱정을 해도 저는 괜찮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속은 엄청난 요동이 일어났습니다. 위축되었고, 미래가 걱정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퇴사를 한 뒤 사업을 경험하였고(진행 중에 있으며), 사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돌아보는 것을 거듭 경험했던 것이죠.


어떻게 살아남을지 바둥거리다 보니, 이렇게 글도 쓰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더욱더 잘 알게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마케팅은 결국 사람을 알아야 하기에..)


제가 그러했듯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또한 200만 원짜리 인생이 아닙니다.

반보만 물러나셔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놓치고 있는 풍경들이 보이게 될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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