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사청장 Nov 14. 2018

퇴사 전 풍경

퇴사 후 풍경, 열두 번째 이야기 - 30대 중반 퇴사자의 사업과 일상

부끄럽지만 지난날의 저를 좀 더 묘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대리라는 직함을 달고 일하던 시절의 회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곳에 저는 실력으로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소개로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 그 회사의 본부장에 계시던 분께서 저를 알고 계셨는데, 제가 들어와서 일을 하면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말씀하셔서, 저도 제가 일하게 될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살펴보고 입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저는 어느 대기업에서 계약직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원하면 1년 정도는 더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제가 맡은 일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없기도 하고 길게 일하고 싶은 마음도 없던 차였기에, 새로운 회사로의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입사 제안을 해주셨던 것이지요.  


제가 지원하게 될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검색도 하면서 어떤 회사인지 살펴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궁금해지고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지원 전에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회사가 과거에는 잘 규모도 있고 매출도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어려운 형국이라고 하셨죠. 


그때 제가 갖고 있던 스킬은 디자인과 문서 능력 그리고 일본어 정도였습니다.  제가 지원한 회사에서는 디자이너가 일을 그만두어 공석이 된 상태였습니다. 입사 제안을 하셨던 본부장님께서는 제가 갖고 있는 디자인 툴 실력 정도면 이곳에서 활용하기 충분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입사를 지원했고, 저는 대리라는 직함을 달아 정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회사였습니다. 저는 이곳의 본사에 취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제 업무는 초반에는 디자이너와 매장 관리였으며, 이후에는 매장 개설에 대한 실무적인 부분들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제대로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만든 배너와 POP, 메뉴판이 매장에 걸리는 걸 보면 참 신기했습니다.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이곳에서 필요한 것 실력보다는 실행력이었습니다. 

어떻게 잘 만들지 고민을 계속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가이드가 생기면 실행하면서 결과물을 내놓고 변화에 맞게 수정하여 다시 결과물을 내놓는 게 필요했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사실 참 저에게는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녔습니다. 우선 업무스킬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특히 업무 중요도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했습니다.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한데 급하지 않은 일, 급한데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구분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해나가기 바빴습니다. 당연히 업무성과가 베스트는 아녔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일정을 놓치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일하는 사람들 중에 저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대표님과 본부장님 그리고 회계하는 대리님, 그리고 나중에 오신 본부장님, 동료, 후배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고 저의 열심을 높히 평가해주셨습니다. 다만, 저에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닐 당시에는 회사에 대판 비판을 속으로 많이 했습니다.

 왜 이렇게 시스템이 안 잡혀 있는지, 이렇게 업무가 과도한데 왜 직원을 구하지 않는지. 왜 파트너십을 별로 안 좋은 사람이랑 맺어서 나를 힘들게 하고,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드는지 등등..  


개인사업을 하다 보니, 사실 그렇게 비판했던 것들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제가 개선하고자 노력했다면 더 좋은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점주님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지점들의 더 꼼꼼히 관리하면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시도들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에게는 그럴만한 능력도 실력도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런 저를 데리고 일하시는 대표님 이하 본부장님께서는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했을까요. 


생각해 보면 참 좋은 회사였습니다. 

대표님이나 본부장님 누구 하나 저에게 모진 소리 하는 분 없이 너그럽게 설명해주고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을 떠나서 워낙 할 일이 많다 보니 꾸지람할 시간도 없어서 그랬을까요.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디자인 감각과 스킬도 한층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매장 관리하는 방법 직원 관리하는 방법 직원 뽑는 방법, 피자를 만들고, 파스타를 만드는 방법, 포스 다루는 방법, 포스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 이벤트 기획, 매장 오픈 기획, 간판, 어닝, 인테리어, 주방동선에 따른 배치, 가구, 메뉴판, 메뉴 구성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고, 대표님께 직접 배우고...  돈 주고 배우려면 몇천만 원 드는 것들인데 저는 돈을 받으면서 배웠으니 감사할입니다.  그러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몇 년이 흐른 지금 느낄 수 있다는 거에 대해 스스로 반성합니다. 



이제는 제가 대표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사업체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입니다.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합니다. 그곳에서의 경험이 아니었고, 그 이후의 다른 경험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어쩌면 또 다른 작은 회사에서 어정쩡한 인물로서 일도 못하면서 열심히 하는 척만 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1인 기업의 시대라 하고, 저 또한 1인 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혼자서 일을 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팀을 꾸리려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탄탄한 조직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 한명 아니, 파트타임 마음에 드는 사람 고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때 뭔가 알면서 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노 난뒤, 오늘을 되돌아 보았을때 아쉬움이 없었다 이야기할수 있을 만큼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퇴사 후 펼쳐진 30대 중반의 일상과 사업에 대한 기록 열 두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다음번 이야기는 <남자, 동굴을 갖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