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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청장 Oct 30. 2018

퇴사 후 풍경, 여섯번째 이야기

야근도 모자라 새벽까지 

고등학생 시절, 저는 야간 자율 학습을 많이 빼먹었습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나 생각했었습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당구치고 싶고, 게임하고 싶었습니다. 학원을 가는 친구외에는 거의 다 남아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야자를 많이 빠졌습니다. 네.. 그런 저였습니다.


사회에 나오니 야근은 선택으로 하는게 아니라 일단 기본값으로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정시 퇴근을 선택하는 것이였죠.  회사 일이 너무 너무 많았기에 야근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주어진 업무를 온전히 수행 할 수 없었으며, 전체 업무 진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던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면접후 회사에 첫출근하는 날 집에 들어간 시간이 밤 10시였으니까요.(회사가 나쁜 회사는 아닙니다)


 그 당시 저는 야근을 사실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회사의 일을 나의일처럼 생각했던 부분도 있고(과거 미화....게다가 일도 잘하지 못했지만..), 일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퇴근을 할수 있겠냐는 생각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과장님과 부장님 모두 야근을 했으니 저 또한 어쩔 도리도 없었습니다. 야근을 억지로 시켰던 것도 아닙니다. 응당 일이 있으면 보내주셨죠. 그냥 제 마음이 불편했던 것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우리 회사는 심각한 인력부족에 시달렸습니다. 해야할 업무 양에 비하여 일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죠.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에 사람을 많이 뽑고 방만한 경영을  한탓에(제 판단이 아니라 위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회사에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했다 판단하여 인원을 대폭 축소했던 경험이 있기에 사람을 뽑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둘째는 시스템이 미흡했습니다. 본사에서 10개가 넘는 지점을 콘트롤해야하는 시스템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매장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시스템도 주먹구구식이었고, 디자인물을 요청하고 처리하는 시스템도 정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사실 거의 없었습니다. 오로지 사람으로만 움직이기에 사람이 일을 잘하지 않으면 그 빈 자리를 메꾸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모든 업무가 전화로 이뤄져서 본사에 있으면 몇분마다 한번씩 전화가 오기때문에 일의 진행이 더뎠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중 일부였던 저 또한 매우 미흡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할 줄은 알았지만, 일을 잘 할 줄은 몰랐습니다.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중요도에 의한 우선순위가 아닌 급한일에 의한 우선순위로 일을 처리하여 종국에는 중요한 업무가 진행이 안되었던 실수도 범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좋은 성과가 나오지 못하니 일이 신나지가 않았습니다. 야근은 더 말할게 있겠습니까? 야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10시 혹은 밤 11시.. 집에와서 씻고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6시. 이런 반복이 계속 되니 참 힘들었습니다.






퇴사 후 1년반 정도는 야근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 굳이 야근을 할필요가 없었습니다. 모든 일은 업무시간내에 해도 충분했습니다. 퇴사 직후 1년은 하루에 4시간정도만 일을 해도 모든 업무를 할수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아내와 함께 아이를 돌보았습니다.  


장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업무 시간을 다시 정상적으로 가져갈수 있었지만, 그래도 빠르면 4시에 퇴근하기도 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오후 6시를 넘은적이 거의 없었을 정도입니다.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면 야근하지 않아도 충분히 수익을 내면서 살수 있다는 경험을 해보게 된 것입니다. 회사를 다녔을 때보다 2배 이상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하루에 많게는 4시간만 일하는 삶을 경험한 것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돈을 많이 번다는 경험 보다도, 적게 일하면서도 내 사업과 내 가정에 충분한 시간을 쏟을수 있었다는 경험이 너무 특별했습니다.


1인사업 5년차,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입니다. 경쟁자도 생기고, 환경도 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가지 사업으로는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발버둥을 치게 되었습니다. 돈을 벌수 있는 거라면 일단 관심을 갖고 속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자 길게 자고 낮잠 패턴도 생기고 하면서 그 이후로는 워라벨만 중요시 할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돌파할 준비를 해야했기에 무게중심을 사업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래서 일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밤에 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야자도 싫어하고 야근도 싫어하는 저였지만, 야근하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야근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녁에 아이와 함께 몸으로 많이 놀아주다 보니 낮시간에 피곤해서 일에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였는데, 야근을 하니 오히려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었습니다.(그래서 어떤 직장인 아빠들은 집에 아이가 자는지 확인한 뒤에 들어간다고도 한다는 이야기가..)


밤에 일하니, 새벽에 일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일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갔습니다. 

새벽에 일하는 것과 밤에 일하는 것의 공통점을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첫째, 방해를 덜 받으면서 일할수 있습니다. 

밤에 일하는 것은 새벽보다 덜 하지만, 여러가지 부분에서 방행을 덜 받으며 일을 할수 있습니다. 전화가 줄어들고, 스마트폰을 방해금지 모드로하여 울리지 않게 하여 알림이 울리지 않게 할수 있습니다. 낮동안에는 어쨌든 연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밤에는 조절을 할수가 있기 때문이죠


둘째, 차분한 환경에서 집중 할 수 있습니다.

새벽과 밤, 둘 모두 외부 창을 통해 비춰지는 세상은 어두운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낮에 비해서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런 시간대에 방해요소가 적다면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차분하고 깊이있게 생각해볼 시간을 갖기 좋습니다. 그러면 좋은 해결방법이나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두가지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야근과 새벽은 닮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을 갈라놓는 것은 아마도 자율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일하고 싶은 시간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차이가 어쩌면 많은 것들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직장인들은 혼자 조용히 야근할 일이 없으니 방해를 덜받거나 차분한 환경은 아닐수 있겠네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리고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새벽 4시에도 일어나 한달 동안 새벽근무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그 뒤로른 다신 4시에 일어나지 못했다는...)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해보니 좋은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첫째, 일의 집중도가 올라갑니다. 

연락할 일도, 연락올일도 없는 새벽5시 부터  7시까지 일을 하면 오전 일과를 대부분 마칠수 있습니다.  낮에 1시간 집중해야 할 것은 새벽에는 30분이면 끝낼수도 있습니다. 그 만큼 새벽이 주는 몰입도는 높습니다. 이는 뇌의 활동과도 영향이 있다고 합니다. 

막자고 일어난 뇌와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렸던 뇌는 전혀 다른 뇌라고 판단될정도로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둘째, 생각이 깊어집니다. 

일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생각을 했을 때도 평소 보다는 더 깊이 있게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뇌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사고정리학>이라는 책을 쓴 도야마 히게시코는 책에서 '뱃속에 무언가를 넣은 뒤 곧바로 두뇌를 사용하는 건 원래 좋지 않다. 소화를 위해 혈액을 빼앗기기 때문에 머리는 멍해지게 마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새벽은 아침을 먹기 전의 시간이니 뱃속에 소화할것이 없어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어 집중도도 올라가고 그에 따라 생각도 깊게 할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일할 생각을 하게 된것도 이 책을 통해서 한번 시도를 해본것이죠. 효과는 좋습니다. 그런데 낮잠 자지 않으면 하루를 망칠수도 있어요.


셋째, 하루가 여유롭습니다. 

새벽에 이미 많은 일과를 처리했기 때문에, 오전 및 오후 일과가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쓸일이 있거나, 글을 써야 하는 일은 새벽에 했습니다. 새벽에 글을 쓰니 작가가 된듯한 착각도 들어 약간 우쭐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좋았습니다.


단점은, 일단 새벽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새벽 4시에 일어나면 오후 2시쯤엔 낮잠은 30분에서 1시간은 자줘야 그 이후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새벽 근무와 야근의 병행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밤 10시 넘어 잠들면, 그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는게 현실적으로 어렵고, 새벽 4시에 일어나면 7시부터 몸의 체력이 소진되기 시작합니다.야근을 안하고 집에 들어오면 아이와 놀아줘야 하는데 몸이 무거워 놀아주는 것도 쉽지 않게 되는것이죠.


그렇게 저는 여전히 야근과 새벽일 사이를 오가며 집중할수 있는 시간을 찾고 있고, 또한 습관화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둘째가 태어날텐데.. 어떻하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사고방식(feat. 인생공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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