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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헤다 Apr 06. 2023

잠시나마 우리 곁에 와 준 너에게

나의 첫 아가, 사랑한다.

 



처음 네가 왔다는 걸 알게 된 날이 생생하게 떠올라.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깊어지던 어느 날이었지.


1년 동안 숱하게 실패했기에 

기대 없이 해 본 임신테스트기에서 

처음으로 두 줄을 확인했어.


처음 느껴보는 환희와 감동.

두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어.

드디어 우리 아기가 와줬구나.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너를 기다리면서 불안하고 힘든 순간도 많았는데,

올해까지 안되면 내년엔 시술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 선물처럼 찾아온 너.


너무 행복하고 행복해서 

벅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

결혼 4년 만에 드디어 내가 엄마가 되다니!

내 뱃속에 우리 아기가 생기고 있다니!


섣불리 반기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지만

처음 느껴보는 책임감과 생경한 감각이 감격스러웠어.

어떻게 너를 부르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아빠와 엄마의 성을 따서 ‘도이’라고 부르기로 했지.



그 뒤로 많은 것이 달라졌어.

아침에 눈을 뜨자 희망과 기쁨이 차올랐고

피곤하고 무료했던 출근길이 즐거워졌지.


내가 지금 먹는 것들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하게 되고 

가만히 있다가도 웃음이 나면서 또 눈물도 나고. 

너와의 미래를 상상하면 행복해서 꿈을 꾸는 듯했어.



매일 임신테스트기를 하며 병원 가는 날만 기다리다

드디어 확인한 아기집. 


엄마의 뱃속에 잘 자리 잡은 너의 집을 보고

엄마는 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

2주 뒤 크리스마스 선물로 네 심장소리를 듣자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무척 감동적으로 들렸어.


아기집 예쁘게 지었다며 초음파 사진을 보고 또 보고

토끼 해에 태어날 너를 위해 귀여운 양말도 구입하고

멋진 엄마가 되기 위한 책도 열심히 읽었지.


  이 마음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태교 일기장도 구매했단다.

나중에 육아에 지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우리 아기가 와 주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날을 떠올리기 위해서.


엄마는 진심을 담아 날마다 일기장을 썼어.


"엄마는 네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너를 사랑하고 있었단다."

"나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정말 사랑해."

"엄마는 너에게 늘 말해줄 거야. 너는 더 바랄 게 없는 아이라고."



그 귀한 마음을 읽으며 다짐했단다.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꼭 지켜주겠다고.

행복만 할 줄 알았던 우리에게 

큰 시련이 닥치게 될 줄 모르고 말이야...


갑작스러운 피비침 때문에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병원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어. 


이렇게 발달이 느린 상황은 좋지 않은 일이고, 

결국엔 네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이야.

엄마의 눈에서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들썩이는 어깨를 진정시킬 수가 없었어.



그 후 지옥과 같은 일주일을 보냈어.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던 걸까.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입고 다니지 않아서였을까.

무리하지 않고 집에서 안정을 취했어야 했던 걸까.


그리고 엄마는 기도했어.


앞으로 너를 품게 되면서 

어떠한 고통과 아픔을 겪더라도 상관없으니

그저 네가 나타나게 해달라고...

제발 떠나가지 말아 달라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일주일 뒤 다시 확인한 초음파에서

여전히 너는 보이지 않았고,

그 동그랗고 예뻤던 아기집마저 

찌그러져 있는 걸 확인한 후

엄마는 인정해야만 했어.

'너와의 인연은 여기 까지는구나...'





우리 아기. 많이 고마웠어.

엄마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행복과 감동을 

겪게 해 준 너에게 고마워.


엄마가 지칠까 봐 힘내라고 올해가 가기 전에

 잠시나마 곁에 와준 너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야.


엄마는 이번 일로 좌절하지 않고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거야.

이런 일을 겪게 된 건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게.


이번에는 엄마에게 잠시 들렀다 다시 여행을 떠났지만

다음에 더욱 건강한 너로 꼭 다시 만나자고.


그때는 좀 더 씩씩한 엄마가 돼서 

너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을게.




"사랑한다 나의 아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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