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한 쉼
11년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리고 휴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출근날,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여 업무를 마무리하고 여러 짐들을 차에 실은 후, 집에 오자마자 단잠을 잤다. 마치 ‘11년 동안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듯한 아주 깊고 아득한 잠이었다.
작년 11월, 결혼 4년 만에 처음으로 임신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봤다. 선물처럼 찾아온 소중한 생명은 아주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새로운 차원의 환희와 감동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저 모든 게 감사했다. 그날 이후 매일같이 그리는 우리의 미래에는 항상 소중한 존재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첫 임신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8주 만에 유산이 되었고 나는 새로운 차원의 슬픔과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행복하게 그리던 그 미래가 사실은 애초부터 비극적인 결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눈물이 필요했다.
상실로 인한 공허함은 채워져야만 했고 나의 온전함을 회복하려면 쉬어야 했다. 쉼은 재충전의 과정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두운 터널 속을 지나면서 나의 심연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멈춤의 기회는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던 삶의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했고 내면의 껍데기를 깰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간절히 엄마가 되고 싶은 거였구나.
갑자기 찾아온 쉼이 낯설다. 하루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어렵게 느껴진다. 여러 좋은 기회와 배움을 가지려 한다. 임신을 위해 휴직을 한건 사실이지만, 모든 에너지를 임신에만 쏟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 나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나를 위한 삶을 살다 보면, 다시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