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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Feb 06. 2020

아내 사랑 실천기|여행 첫날부터 사고 치다1

사이판 가기 1일 차




보통 사이판에 가는 사람들은 밤 비행기를 탄다. 그게 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에 아내와 나는 아기를 데리고 떠나는 밤 비행기에서 곤욕을 치러봤기 때문에 낮 비행기를 선호한다. 밤 비행기에서 잘 자는 아기도 있고 떠나갈 듯 울기만 하는 아기도 있는 법이다.




여행을 떠나는 새벽은 언제나 새롭다. 새벽인데도 깜냥이가 별 투정 없이 일어난다. 거의 석 달 전부터 틈만 나면 언제 가느냐고 묻던 그 사이판이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해 보니 계속되는 0일 차 동안 깜냥이는 어린이집 선생님도 데려가야 한다며 자기 지갑에 돈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을 뵈는 며칠 동안은 "깜냥이가 저도 사이판 꼭 데려간대요"라고 말해서 민망하기도 했다.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달리는 택시 안은 늘 익숙하지 않다. 배경이 모두 어두운 그곳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군대를 복귀할 때의 내가 창문 너머로 비치는 기분이다. 그때의 택시 밖도 이렇게 캄캄했는데 여행을 떠나는 택시도 같은 분위기이니 마음이 참 아이러니하다.




7:10

한산한 공항에 도착했다. 아내가 셀프체크인을 기기에서 하는 동안 나는 위탁수하물 줄에 서 있었다. 줄은 금세 늘어나서 역할분담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수하물 검사 동안 잠시 대기하라는 말에 의자에 앉아 있는데 깜냥이가 뒤에 앉아서 게임하는 아저씨를 보았다. 한참 우두커니 쳐다보더니 "어! 아빠랑 똑같은 게임을 하네?"라고 외치는 게 아닌가! 억울해서  "비슷하지만 달라."라고 말하자 "어제도 했잖아?"라며 대응한다. 깜냥이에게 '어제'란 어제, 옛날, 예전 등 다양한 과거를 뜻하지만 그건 가족만 안다. 근처 사람들이 웃는다. 막 다섯 살 된 아이는 귀여울 뿐이다. -깜냥아, 아빠 '어제' 끊었거든?-



제주에어 수하물 안내(제한 물품, 무료 수하물 무게 등)

https://www.jejuair.net/jejuair/kr/serviceinfo/airport/baggage_service.do




여유가 있어서 LINA'S 빵집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제주에어 기내식을 신청하지 않아서 샌드위치도 미리 샀는데 좀 비싸다. 탑승 수속 후 안에 들어가도 살 거리가 있는데 왜 그랬을까? 그냥 다른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자. 아내는 신용카드 명의 본.인.이라서 공항 라운지를 혼자 이용했다. -미리 카카오체크카드를 만들었으면 나도 만 원에 이용할 수 있었을 텐데- 아내 말로는 생각보다 메뉴가 별로라고 하지만 중요한 숨겨진 진실은 나랑 깜냥이가 먹은 빵값이 이미 라운지 비용을 훨씬 넘었다는 것이다.-하하;;-




유아와 함께 가는 부모라면 치열한 전쟁은 사실 비행기 안이다. 물론 편하게 가려면 아이에게 스마트폰만 던져주면 될 것이다. -정말 쉽다- 하지만 그건 아이가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결하는 기회를 없애는 것이다. 난 그게 싫다. 어른의 정신적 체벌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식당이나 마트는 아이가 남에게 방해될 행동을 하면 그냥 나오면 되지만 비행기는 제한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즐길 아이템을 미리 준비했다.



유아가 비행기에서 즐기기 좋은 아이템

1. 스티커북
2. 여러 모양 도장 찍기 책
3. 아이가 좋아하는 블록
-여러 가지를 상황에 따라 만드는 미션이 가능하다.
4. 두들북  
-물로 색칠하는 책
5. 작은 장난감
6. 만화를 담은 태블릿
-위기의 순간 쓸 수 있는 한 방
7. 빠샤 메카드 딱지
8. 많은 간식
9. 부기 보드
-태블릿으로 대체 가능
10. 슬라임이나 슬라임 류의 장난감



깜냥이 가방에 장난감과 간식을 챙겨줬더니 비행기에서 열심히 간식을 먹다가 오랫동안 자 버렸다. 역시 아이는 예측불허의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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