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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Feb 10. 2020

아내 사랑 실천기|여행 첫날부터 사고 치다2

사이판 가기 1일 차




사이판으로 떠나는 비행기는 평화로웠다. 깜냥이가 크긴 컸구나 싶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 안으로 걸어가는데 뜨거운 공기가 우리를 환영했다. 드디어 사이판이다. 다행히 중국에서 오는 비행기와 겹치지 않아서 입국심사 때 긴 기다림 없이 빨리 나올 수 있었다. 아이가 있는 경우는 어디에서나 더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았다.



TIP>

입국 심사에서 빨리 나오려면?

-추가요금을 내더라도 앞쪽 좌석으로 지정하기

-세관신고서, 입국신고서 빠짐없이 잘 쓰기(틀리면 고치고 다시 줄 서야 할 수도 있음)

-이스타 비자 신청하기


낮 비행기는 중국 비행기와 겹치지 않는다고 해서 난 이스타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목요일은 중국 비행기와 겹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다. (2020. 1. 10)




16:15

기분 좋게 이동하니 이미 캐리어가 일렬로 나와 있었다. 캐리어 두 개가 같은 곳에 있어서 금방 찾고 바로 나왔다. 공항 픽업을 신청했던 터라 편히 카노아 호텔로 이동했다. 그런데 여기서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카노아 호텔 로비에서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는데 직원이 "그거 당신 짐 맞느냐?"라고 묻는 게 아닌가? 엥?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당황해서 다시 내 캐리어를 보았다. 당연히 내 거였다. 


다시 체크인 절차를 밟다가 캐리어 안의 물건을 하나 빼려고 짐 번호키를 돌렸다. 아뿔싸!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 건 줄 알았는데 내 짐이 아니었다! 내 캐리어랑 똑같은 캐리어라니. 자세히 보아야 다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똑같았다. 평소에는 안 쓰는 스카프를 매다는데 그걸 안 했다고 이런 혼동이 생기다니. 아내의 캐리어 옆에 있어서 당연히 내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지 않은 내 잘못이다. 너무나 부끄럽고 당황스러웠다. 


아내는 아이와 먼저 방에 들어가고 나는 직원과 차를 타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기다리고 있을 여행객을 생각하니 죄송한 마음만 쌓여갔다. 해외 여행을 한두 번 다닌 것도 아닌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정말 뭐에 홀린 기분이다. 공항 직원의 안내를 받아 다시 세관을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여행객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와 똑같이 가족 단위로 온 한국인이었다. 너무나 죄송해서 사과를 계속했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속상하셨을 텐데 화도 안 내고 용서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뼈저리게 반성한 사이판 여행의 첫 번째 사건이었다. 




이후 세관원에게 다시 캐리어를 검사받았다. 너무나 진지한 세관원과 장난기 가득한 세관원 두 명이 달라붙어서 캐리어를 세세하게 검사했다. 아까 나갈 때와 또 다르다. 아무래도 바뀐 짐 소동을 다른 의미로 생각하는 듯했다. 결국, 모기퇴치제를 뺏겼다. 안 되는 영어로 설명해도 이건 안 된다고 해서 포기했다. 다른 약에도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지만, 아기 거라고 여러 번 이야기하니 넘어가 주었다. 천만다행이다. 긴 검사 끝에 장난기 가득한 세관원이 그런다. "왜 이렇게 생수가 많아? 혹시 소주?" 로비에서부터 굳었던 내 얼굴이 다시 부드러워진다. 세관원에게 고마웠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듯하다.




카노아 호텔에 도착하자 다시 여행시간은 째깍째깍 움직였다. 우리는 호텔 산책을 시작했다. 수영장을 지나 바다가 나오자 멋진 광경이 우리는 환영했다. 모래도 좋았고 바다색도 좋았다. 이색적인 분위기에 취해서 한참을 놀았다. 아내와 사진을 찍는데 발만 담그겠다던 깜냥이가 몸까지 다 젖었다. 오늘 물놀이하느냐고 계속 물었는데 아쉬움이 조금 달래졌으리라. 매력적인 바다가 우리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어느새 아내와 나도 발을 바다에 맡겼다. 카노아 호텔은 바다가 최고라는데 그 이유를 알 듯하다. 어느새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여름 끝 무렵에 부는 바람이 우리의 겨울감각을 녹여주었다. 따뜻한 여유에 바삐 살았던 굳은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1월에 떠나는 여행이 주는 매력이리라.






마트 쇼핑 겸 식사를 하려고 외출을 하는데 호텔 로비 옆 넓은 공간에서 푸드페어가 열렸다. 오후 6시부터 시작이다. 금, 토요일만 운영하는 이벤트라서 기쁜 마음으로 체험해 보았다. 현금을 코인으로 구매하는 재미가 있다.(1달러에 1코인이다.) 


총 세 개의 부스가 있다. 맨 왼쪽은 밥과 반찬류이다. 먹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다. 대부분 메뉴를 선택하니 6달러가 나왔다. 간식류나 따로 파는 고기는 2~3달러에 판다. -아이스티(그냥 밍밍한 설탕물 느낌이다)는 1달러, 토마토 파스타는 3달러, 디저트는 2달러이다.- 산 코인을 다 쓰느라 음식을 너무나 많이 샀다. 음식을 가져다가 바로 테이블에 앉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배고팠던 깜냥이도 오랜만에 적극 먹었다. 옆 테이블의 현지인(저렴한 가격이라 호텔 투숙객이 아닌 마을 현지인도 많이 먹는다.)이 힐끔힐끔 자주 쳐다보았다. 하긴 두 배 이상 되는 음식의 양을 올려놓고 쉴 새 없이 먹는 모습이 신기했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코리안 먹방을 찍었다. 

음식 사진은 일부만 공개한다;;



19:00

어두워서 조금 불안했지만 조텐마트를 찾아 나섰다. 호텔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횡단보도가 있다.-이렇게 가는 게 편하고 안전하다.- 버튼을 누르면 신호가 바뀌니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가다 보면 간판이 보이고 우회전을 하면 조텐마트가 나온다. 한국과 다른 마트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깜냥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후다닥 도망가는 모습에서 대변님의 기운이 느껴졌다. 낚아채서 급히 화장실로 갔다. 조텐마트 안에 화장실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쩐지 엄마 거를 찾아준다면서 굳은 얼굴로 이리저리 우리를 이끌고 다녔는데 그게 신호였다. 그러고 보니 아들과 나는 오늘 한 번씩 잿빛 얼굴의 하루를 보냈다. 다시 여유 있게 구경하며 장을 보았다. 체크카드로 결제하려고 하니 당사자의 여권이나 여권 사진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당황했다. 하는 수없이 현금으로 결제했다.


TIP>

-조텐마트는 skt 멤버쉽카드 할인이 가능하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카드 결제 시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여권 사본이나 휴대폰에 찍어서 보여주는 것을 추천한다.




호텔로 돌아와서 다시 즐거운 쉼을 가졌다. 9시 넘어서까지 수영을 하는 게 신기했고 밖에서 나오는 신 나는 노래는 10시에 꺼졌다. 내일은 밤 수영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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