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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Feb 25. 2020

아내 사랑 실천기|사이판 2일 차

카노아 호텔에서 즐기기





오늘은 호텔에서만 하루를 보냈다. 카노아 호텔은 바다가 참 좋다. 습관대로 새벽에 혼자 일어나 싸온 책과 노트 그리고 펜을 찾느라 부산을 떨었다. 따로 나뉜 공간이라곤 화장실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감사했다. 마구 떠오르는 영감(님)을 잡느라 불편하지만 나름 즐거운 작업실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아예 화장실 바닥에 수건을 깔고 앉아 키보드를 치며 수정 원고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아침 일찍 바닷가에 나가자 햇빛이 온몸으로 쏟아졌다. 아직 세포들은 겨울에 익숙해서 열정적인 햇살이 어색하다. 어제와 달리 바닷가는 풍경이 달라졌다. 볼 때마다 다른 바다라니. 늘 보면서도 질리지 않는 이유일까? 어쩌면 사람의 마음과 비슷해서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모래에 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작은 소라가 참 많았다. 귀엽다는 생각에 깜냥이에게 보여줬다가 모래에 내려놓았는데 갑자기 소라 안에서 게가 불쑥 나왔다. 그렇다. 앙증맞은 소라게다. 주변에 있는 모든 소라 안에는 게가 들어있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소라게를 열심히 관찰했다. ‘설마 이것까지 소라게겠어’라고 여겼던 것까지도 그분이셨다. 나에게도 커다란 자연의 신비인데 아이에게는 얼마나 큰 신비로움일까?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노아 호텔 안에 있는 이슬라 레스토랑은 조식위주로 하고 석식만 한 번 먹었는데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음식은 괜찮았다. 특히 나와 아내는 기대하지 않은 저녁이 만족스러웠다. 석식에 나온 스테이크가 정말 최고였다. 생애 통틀어 베스트 3에 들 정도였다.               

오전에는 수영장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가 되었다. 대체 5살 아이는 어떻게 놀아줄까 싶다가도 이성의 끈(?)을 놓으면 어느새 똑같은 수준이 되어있다.      

          



#5살 아이랑 수영장에서 다르게 노는 방법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1. 잠수 후 상어 놀이하기

2. 아이가 던진 공을 막는 골키퍼 역할 하기(과도한 동작으로 다이빙하기)

3. 머리만 사용해서 물에 떠있는 공 몰기

4. 비치볼을 물속에 넣고 대포처럼 발사하기

5. 떠내려가는 아빠를 아이가 구하기

6. 동물퀴즈 보여주기

7. 풍선으로 거품 만들기

8. 물속에서 춤추기

9. 떠다니는 물건 잡기 놀이

10. 아이의 율동을 따라 하기               





괌과 달리 호텔의 룸서비스는 없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몬스터 피자를 시켜보았다. 카톡-카카오톡에서 몬스터 피자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보통 주문은 카톡으로 한다.-으로 주문했더니 운영시간임에도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전화했다. 역시 전화가 빠르고 정확하다.-현지통화는 1일 3분 무료이다.- 30분 정도 걸렸고 로비에서 바로 받았다. 피자는 맛있었고 후라이드 윙은 아이도 잘 먹었다. 전반적으로 양도 많고 괜찮았다.   






오후에는 바닷가에서 모래놀이와 물놀이를 즐겼다. 꽤 많은 물고기가 우리를 환영했다. 깜냥이에게도 스노쿨링 물안경을 열심히 비추며 보여주었는데 역시 이걸로는 부족했다. 수중관찰어항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아이도 물고기를 볼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다시 호텔에서 샤워하는데 이미 샤워기 필터색이 갈색에 가깝다. 하루에 하나 이상을 써야 할 정도로 사이판은 수도관이 노후화되어 있다. 물론 호텔마다 다를 수 있다. -나중에 머문 켄싱턴 호텔에서는 샤워기 필터의 색이 변하지 않았다.- 사이판에 가면 호텔을 고르는 고민이 많은데 카노아 호텔은 정말 가성 대비 정말 좋은 호텔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카노아의 바다는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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