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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Mar 01. 2020

아빠랑 놀까?|놀이밥은 무엇일까?

놀이가 뭔지 알아야 놀아줄 수 있다.

아이들이 병들었다면 그것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지 못한 것에 대한 복수다.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놀이밥은 무엇일까?     


아이와 놀기 위해서는 놀이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나는 분명히 놀아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놀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아이에게 TV를 보여주는 동안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깜냥아 이제 식사해야지?’라고 했더니 아이가 이런다. ‘이제 놀자.’ 여태껏 논 게 아니다. 그냥 TV를 본 것이다. 아이들은 늘 놀이에 배고프다.




 

학습과 놀이는 분명히 다르다. 부모가 흔히 하는 실수는 학습을 시키고 넌 놀았다고 강요한다. 나 역시 아이의 놀이가 어느새 학습으로 바뀔 때가 있다. 잘 놀고 있던 아이에게 이렇게 해보자고 학습을 유도하거나 괜히 어디가 더 높으냐, 더 많으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물론 학습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아이에게 놀이밥을 차려줄 수 있다.





아이와 놀아주려면 놀이를 알아야 한다. 놀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전적인 의미로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이라고 한다. 또는 일정한 규칙이나 방법으로 노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놀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무지개색의 가짓수를 정의하는 것만큼 다양할 것이다. 그럼에도 공통으로 들어가는 요소가 있다. 바로 즐거움과 몰입 그리고 규칙이다. 개인적으로 어른이 하는 일이나 학생이 하는 공부도 위 세 가지 요소만 있다면 놀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놀이를 관찰하면 마치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는 기분이다. 먼저 대기권의 움직임을 보자. 멀리서 보아도 아이는 충분히 신이 나 보인다. 그곳에 즐거움이 있다. 놀이의 중력은 재미와 행복이라는 공기를 잡을 수 있다. 


더 가까이 관찰해보자. 대기권 안을 지나 대륙이 보인다. 내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곳은 몰입이라는 이름의 땅이다. 몰입 Flow은 신의 축복이라고 할 정도로 놀이의 꽃이다. 놀이는 땅이 있어야 ‘잭의 콩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하늘 높이 자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하는지 관찰해보자. 블록경찰이 도둑에게 뭐라고 하고 있다. 무언가 나름의 원칙이 있는 놀이이다. 땅속 중앙에는 코어 core가 있다. 이곳에는 규칙이 있다. 규칙이 있으면 생활도 재미있는 놀이로 바뀐다. 유명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무자비한 수용소도 아이는 놀이터로 생각한다.





아이랑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코어를 먼저 선정하면 된다. 규칙을 정하면 된다. '선만 밟아야 해', '여긴 바다야', '인형이 배고파요' 등으로 놀이규칙이나 상황규칙을 만들면 놀이가 시작된다. 코어에 맞게 점차 땅이 형성된다. 어릴수록 몰입의 시간이 적으므로 지속해서 경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집중하는 근육을 발달시키고 몰입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 <포드 대 페라리>를 보면 몰입에 관한 멋진 대사가 나온다. 


7000RPM에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모든 것이 없어지는 곳. 그 기계는 무중력상태가 되고 그냥 사라집니다. 그리고 남은 건 공간과 시간을 통한 움직이는 몸입니다. 7000RPM, 당신과 만나는 곳입니다. 그 느낌이 오면 귀가 막히고 귀가 닫힙니다. 질문을 하나 하죠. 중요한 질문이에요. "넌 누구니?“     





집중이 시작되면 감정이 찾아온다. 놀이에서 오는 감정은 아이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경험이다. ‘이러한 상황이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까’를 배우는 것은 마음밭에 심어진 씨앗에 물과 볕을 주는 행위이다. 지금 상황이 아이에게 놀이인지 아니면 마지못해서 하는 건지 확인하려면 멀리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즐긴다면 놀이요, 그렇지 않으면 나의 강요이다. 


이제 놀이밥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듯하다. 지금부터라도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끼를 주는 것처럼 놀이밥도 끼니때마다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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