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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Mar 07. 2020

아내 사랑 실천기|초지일관 사고

사이판 여행을 사고로 마무리 짓다.





사이판의 첫날처럼 마지막 날도 한결같이 사고를 쳤다. 사이판에서 돌아오기 싫었나 보다. 시작은 완벽했다. 기내식을 위해 '슬로우 도시락'을 카톡으로 신청했다. 호텔 로비로 도시락을 배달해주었다.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모든 준비를 마쳤다.




문제는 공항 검색대에서 발생했다. 도시락을 검색하다가 검색대 직원이 이건 뭐냐고 물었다. 아뿔싸! 비행기 안에서 먹을 것을 깜빡하고 김치찌개를 시킨 것이다. 정말 생각 없이 한 번도 안 먹은 것을 먹겠다고 시킨 내가 부끄러웠다. 김치 수프라고 하니 국물만 버리라고 했다. 아이가 먹을 생수도 깐깐하게 검색했다. 보통 아이가 먹는 물은 통과시켜주는데 말이다. 아기가 먹을 거라고 말하니 우리에게 아기란 '안고 다니는 아기'를 말한다고 했다. 사실 원칙적이라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어떻게 기본사항을 잊었는지 반성하기 바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검색대를 통과해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여행 가방에 태블릿이 보이지 않았다. 깜냥이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가져왔는데 어디로 갔을까? 순간 부친 캐리어가 떠올랐다. 맙소사! 전자기기를 위탁수하물에 넣다니!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어떤 사람은 무사통과되고 어떤 사람은 발견되어서 다시 꺼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캐리어에서 꺼내서 임의로 버리기까지 했다는(?) 글까지 보자 불안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공항에 있던 경찰에게 사정을 말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다시 쪽문으로 나가서 캐리어를 찾고 태블릿을 빼냈다. 물론 들어올 때는 다시 검색을 받고 통과했다. 두 줄의 문장이지만 참 긴 시간이었다. 마지막이 정말 화려했다. 기본적인 문제를 여태 겪지 않았다고 사이판에서 겪나 보다. 다신 잊지 않으리.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내와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재미있었던 일을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사고 친 에피소드'를 말하게 되었다. 마치 시트콤 같은 일이었다. -고백하건대 작은 사고도 적지 않았다.- 아내가 당당하게 말했다. "여행에서 겪어야 할 문제를 싹 겪었으니까 이제 더는 없겠다." 서로 웃으며 여행 마지막 날의 여독을 풀었다.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세상에! 아내의 휴대전화가 없어졌다. 말이 씨가 되고 자라서 꽃까지 필 줄이야. 




아무리 찾아도 집에는 없었다. 어젯밤 늦게 와서 그냥 취침한 게 전부였다. 아내는 택시에서 내릴 때 주머니에서 폰이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번호도 네 자리 중 두 자리만 기억이 났다. 급히 카드회사에 전화했지만, 주말이라서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귀중한 사진이 담긴 전화기를 이대로 잃어버려야 하나. 열심히 전화해도 아내 폰은 통화음만 길게 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내 디바이스 찾기'가 떠올랐다. -갤럭시 폰이면 가능하다.- 당장 컴퓨터를 켜서 로그인하려고 했지만, 아내는 삼성 계정의 비밀번호를 몰랐다. 이를 어쩌나! 내 폰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컴퓨터로 비밀번호를 변경해보았다. 변경 방법은 휴대폰 인증이나 이메일 인증 절차가 있었다. 이메일로 인증해서 비밀번호를 바꾸고 다시 내 디바이스 찾기를 검색하니 꽤 정확하게 나의 휴대전화의 위치가 나왔다. 비밀번호를 변경해도 위치를 찾는데 문제는 없었다. 기쁜 마음으로 아내에게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했다. 검색해보니 20~30분 거리에 있는 위치에 아내의 폰이 있다고 나왔다. 가슴이 뛰었다.




사실 그날은 어머니의 생신이어서 멀리 있는 부모님 댁에 가야 했다.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탐정놀이에 나섰다. 빌라촌에 주차하고 검색에 나오는 위치의 주변을 살피는데 아내가 외쳤다. "여깄다!" 아내가 빌라에 주차된 택시를 발견한 것이다. 아직 출근 전이신 듯했다. 택시 뒷좌석을 보니 아내의 폰이 구석에 떨어져 있었다. 가슴이 다시 뛰었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차량 앞유리를 살폈다. 하지만 불행히도 차에는 전화번호가 없었다. 택시회사에 전화해도 주말이라서 소용없었다.




부모님 댁에 가야 할 시간이 돼서 연락처를 쓴 종이를 유리에 붙여두기로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이면지에 펜을 쓰는데 머피의 법칙처럼 두 개의 펜이 둘 다 나오다 말았다. 그래서 근처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에게 펜을 빌렸는데 그것조차 나오다 말았다. 추운 겨울날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도 이 정도 우연이 겹치면 식상하다고 할 거다. 결국, 멀리 있는 편의점에서 테이프와 펜을 사서 종이를 붙였다. 이젠 기사 아저씨의 판단에 달렸다.




부모님 댁에 있는데 연락이 왔다. 아내의 전화기를 뒷좌석에서 찾았고 잘 가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기사 아저씨의 전화였다. 참으로 감사했다. 하지만 내가 의심이 많은 편이라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택시에 폰을 놓고 내린 우리 같은 사례는 많았다.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없었다. 설령 찾더라도 기분이 상하는 예도 많았다. 착한 택시기사님은 사례 없이 주기도 하지만 어떤 택시기사는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괜히 돌려주지 않았다. 전화를 받았다가 폰을 아예 꺼버리는 기사도 있었다. 




우리처럼 '내 디바이스 찾기'를 한 손님의 사례가 지금도 생각난다. 전화기를 잃어버려서 전화했더니 택시기사가 지금 승객을 태우고 용산으로 가는 중이라서 못 돌려준다고 했다. 폰을 잃어버린 사람은 설마 하는 생각에  '내 디바이스 찾기'를 해보니 가는 곳이 일산 쪽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전화해서 '아저씨 일산 쪽으로 가시면서 왜 거짓말하세요?'라고 하니 기사님이 당황해하면서 헛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결론은 폰을 줄 테니까 멀리서 가니까 10만 원만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보다 훨씬 비싸게 준 걸로 안다.- 잃어버린 사람은 중요한 자료도 있는 폰이라 어쩔 수 없이 돈을 드리고 받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에 다시 택시기사님에게 전화를 거니 아직 출근 전이고 저녁 식사 후에 전화를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끊으셨다. 폰은 준다는 것에 기쁘면서도 일방적인 대화 스타일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본격적으로 밤에 일하시면 내가 과연 오늘 폰을 받을 수 있을까? 난 내 본능을 믿기로 했다. 최대한 빨리 택시기사님을 만나기로 했다. 빌라촌으로 가보니 택시가 없었다. 기사님이 식사 중이신 것 같아서 50분을 더 기다렸다가 전화를 다시 걸었다. 그런데 '제가 식당이라 나중에 다시 걸게요.'만 말하고 끊으려는 게 아닌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구구절절 사정을 말하며 식당으로 찾아갈 테니 잠깐 뵙자고 했다. 몇 번의 설득 끝에 오라고 허락해주셨다. 




이제 한시름 놓았다. 식당에 가니 다행히 택시기사님이 계셨다. 여러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담뱃값도 드렸다. 참으로 긴 여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빨리 해결한 나의 판단을 칭찬한다. 그냥 기다렸다면 아마 폰은 늦게 받고 돈도 많이 드렸을 것이다.




요즘은 휴대전화기에 보조 뇌도 담고 추억도 담고 보안정보도 담고 업무도 담으니 잃어버리면 손해가 너무 크다. 글을 쓰면서 다시 그때를 떠올리니 아찔하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 사이판에서 우리 가족에게 인기 있었던 소라게를 올리며 여행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처럼 당황스러운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올립니다.



전화기 찾는 TIP>

1. 080-214-2992 또는 1644-1188로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걸어 분실물 조회를 하면 택시기사 차량번호 및 전화번호를 안내받을 수 있다.

 -티머니나 신용카드번호가 필요하다.


2.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하기

 -마찬가지로 택시기사 차량번호 및 전화번호를 안내받을 수 있다.


3. 내 디바이스 찾기 활용하기


현금결제는 찾을 길이 없으니 되도록 카드를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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