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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Nov 20. 2020

나의 주문은 제대로 들어갔나요?

자기 계발서에서 하나 배우다

말버릇은 그 사람의 삶을 대변한다. 

내가 하는 말버릇을 돌아보면 -별로 말이 없지만- 역시 부끄러운 말이 많고 눈을 크게 뜨면 감사한 말도 보인다. 

굵은 돋보기로 좋은 말버릇을 찾아보니 이런 말을 주로 썼다.

"돼! 된다! 그럴 수 있어.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좋으면 무조건 고! 지금 아니면 못해. 덕분이야. 역시. 럭키가이! 내일은 없어.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할 수 있어. 예스. 오케이. 앗싸."

정말 고치고 싶은 말버릇은 절대 쓰지 않겠다는 의미로 적어본다. 

"아이. 아이C."

5년 정도 된 말버릇이다. 

보통 아침에 운전할 때 하는 말이고 글로 쓰니 낯이 저물어 들기 힘들다. 

아이까지 배울 수 있으니 하면 안 된다. 

알면서 이러는 게 더 해롭다.

특정 시간대에 위험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말의 이면에는 여유가 고갈된 내가 있었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욕을 랩처럼 쏘아대는 군대에서조차 욕을 한 적이 없었는데 나쁜 말버릇이 소리 없이 살쪘다.

다시 북한산에서 속세를 바라보던 시선을 떠올렸다.

열심히는 살아도 급하게는 살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결심을 어길 때마다 피와 땀으로 일군 내 용돈을 아내와 아이를 위한 선물로 환원하겠다.





이번에는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이라는 책을 골랐다.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찾다가 제목이 특이해서 뽑았다.

소설 형식이어서 읽기가 편했지만, 뒤로 갈수록 소설 분량이 늘어나는 점은 아쉬웠다.

힘들었던 시기에 큰 전환점을 도왔던 <더 시크릿>이라는 책과 유사했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덥지 못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책 속의 과정을 겪고 성장했다. 

나는 어떤 말버릇을 쓸까?

말버릇을 우주로 보내는 주문이라고 해서 재미있다.

나는 대체 어떤 주문을 했던가?

책을 보면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세 가지 말버릇 패턴이 나온다. 

첫 번째는 자학적인 말버릇이다. 

"할 수 없어. 갚을 수 없어. ~해서 죽겠네."

그런 말을 하면서 잘 되길 바라는 건 몸도 마음도 무리다.

주문이 틀렸다.

두 번째 말버릇은 어정쩡하게 바라는 말버릇이다.

"어떻게 좀 해주세요."

내가 중화요리 집에 전화해서 "아무거나 주세요"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기에 이루어지는 것도 없다.

세 번째 말버릇은 꿈꾸는 듯한 말버릇이다.

"몸짱이 되고 싶어. 10억을 벌고 싶어."

하고 싶다는 주문은 꿈만 꾸겠다는 말과 똑같다.

"되고 싶어"는 "되고 싶지만 내가 될 리가 있나"의 의미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문을 넣어야 할까?

주문이 이루어지는 방법은 두 가지 절차만 있다.

첫째, 완료 형태로 주문한다.

둘째, 우주로부터 오는 힌트를 바로 실행한다.

예를 들어,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라고 주문한다.

물론 달성기한까지 넣어야 한다.

다음으로 마음속에 울리는 힌트를 잘 잡아서 즉시 실천하면 된다.

글과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다시 심장이 뛴다.

10년 전 내가 했던 주문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다.

많은 것을 바랐고,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 주문을 잊어버렸다.

또다시 큰 갈림길을 만났다.

10년 전의 내가 그랬듯이 새벽에 새로운 주문을 만들어서 서재 벽에 붙였다.

기존에 밀린 나쁜 주문도 많겠지만, 다시 시작하면 된다.

벌써 인생이 다른 의미로 재미있어진다.

과연 나는 어떻게 달라질까?

누가 내 어깨를 두드리고 간다. 

뒤돌아보니 걷는 뒷모습이 영락없는 10년 후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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