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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Nov 28. 2020

요약要約하다

자기 계발서에서 하나 배우다




도서관에서 무심코 책 한 권을 골랐다. 

오래된 책은 나를 반가워했다. 

<요약의 기술>. 

인쇄 연도 2004년. 

16년 전 책을 들고 망설여졌다. 

고전도 아니고 스테디셀러도 아닌데 지금 시대의 흐름을 읽지도 못하는 자기 계발서가 중요할까? 

그래도 바구니에 담았다. 

-낙장불입落張不入- 

어쩌면 그 당시에 깨어있지 못했던 나에게 지금의 내가 보상하는 심정일지도 모른다. 





16년의 틈은 생각보다 넓었지만, 자신을 일구는 원리나 실천만은 지금도 깨달음을 주었다. 

배우고자 하면 스승이 아닌 건 없다. 

작가가 쓴 요약의 정의를 보며 무릎을 쳤다.  

요약이란 요점이라는 ‘점’을
논리라는 ‘선’으로 연결시켜 전체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이다.


책을 읽을수록 나는 두 명의 ‘나’와 조우하게 되었다. 

첫 번째 사내는 신문을 요약만 했던 인물이었다. 

도서를 많이 요약하고 곱씹어보지만, 신문은 요약과 동시에 잊었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1단계: 어떤 주제들이 제시되고 있는지 주의 깊게 훑기
2단계: 눈에 띄는 기사를 스크랩하기
3단계: 1주일 뒤에 다시 보기

1주일 뒤에 다시 보고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요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버려도 되는 정보를 필터링한다. 

수북이 쌓아두었던 정보를 보고 안도감만 느꼈던 내가 부끄러웠다. 

실로 꿰지 못한 글에게 미안했다. 

바로 습관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즉시 인터넷 홈 화면을 메인 포털사이트가 아닌 신문사 홈페이지로 바꾸었다. 

탭에도 다른 신문사 홈페이지가 동시에 뜨게 했다. 

절반-시작-을 했으니 사내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물해야겠다.





두 번째 사내는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인물이었다. 

나름의 기준으로 정보를 목록별로 분류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점검해보니 일부의 목록에만 정보가 계속 모였다. 

잘못된 분류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목록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몇 년 동안 이것을 미루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작가는 요약의 기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정보의 서랍을 많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내 정보의 서랍이 너무 컸었다. 

정보가 많이 들어있는 목록은 유형별로 더 세세히 나누고 정보가 몇 개 안 들어있는 부분은 과감히 제거했다. 

정보의 가지가 하늘을 향해 더 넓게 펼쳐졌다. 

내가 바라는 그늘도 많이 만들어주리라.

원했던 책은 아니었지만 결국 원하는 책이 되었다. 

만남은 변화를 이끄는 법이다. 

두 사내와의 대면이 그래서 더 반갑다. 

우연조차 필연이 되는 힘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살찌지 않는 마음먹기. 

이번 주에도 먹고 만다. 

그나저나 지금 내 인생을 요약하면 몇 자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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