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사랑 실천기
대단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계획했던 것들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
바쁜 일상을 마친 뒤 아내님을 모시고 <김포 라베니체>로 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예전에 갔을 때 화려한 조명도 있었고
그 전에는 회전목마까지 있었을 만큼 나름 김포에서 유명한 곳이었는데..
정말 흉흉할 정도로 분위기가 이상했다.
심지어 장사를 쉬는 곳도 쉽게 눈에 띄었다.
연말+크리스마스 이브의 대목이라는 게 무색했다.
추운 탓도 있겠지만
어려운 경제의 폭탄이 여기도 터졌나 싶어서 안타까웠다.
먹고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김순례 닭강정을 포장해서 집으로 향했다.
깜냥이는 그저 장난감 구경하러 롯데마트에 가겠다고 떼쓰다가
풀숲에서 호랑이가 나올 수 있다니까 자기가 지켜주겠다고 앞질러 뛰어갔다.
집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이브이지만
그래도 함께 연말 느낌도 나누고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다음 날 크리스마스 새벽
살금살금 움직이며 거실 청소를 했다.
깔끔한 곳에 트리 조명을 두고 싶어서였다.
금세 깰까 봐 조마조마했다.
플라스틱 나무가 안 좋다고 해서
조명을 트리모양으로 유리창에 붙였다.
(조명은 다이소에 저렴하게 잘 판다.)
아기가 좋아하는 산타 양말도 걸고
간단히 카드도 썼다.
미리 사뒀던 선물도 딱 놓았다.
이윽고 아내가 먼저 나와서
화려한 조명을 보며 좋아했다.
그리고 눈을 비비며 나오는 깜냥이.
멍 하니 있다가 조명과 선물을 보고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아쉬움의 조각들>
1. 야심 차게 준비했던 수제 초콜릿 만들기 세트는 요리하기 직전에 충격적인 사실을 찾았다. 바로 생크림과 초콜릿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이다. 불과 몇 개월밖에 안 됐는데 아끼다가 덩됐다. 앞으로는 식품을 살 때는 유통기한부터 확인해야겠다.
2.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사진장식이 없던 게 아쉬웠다. 당일에 모든 것을 하려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12월 초부터 하나씩 분위기를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보다 난 더 바쁘다는 점을 매년 잊지 말고 대비하자.
3. 내년에는 크리스마스 느낌이 확 느껴지는 곳에서 보내고 싶다.
4. 와인 하나 몰래 고르던 센스는 밥에 말아 먹었다. 맥주로 대체했던 게 아쉽다.
5. 다음번에는 사랑 찾기 형태로 해봐야겠다.
#사랑의유통기한은 #서로의마음대로라서 #좋기도하고 #두렵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