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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Dec 04. 2020

진심眞心입니다.

아내 사랑 실천기

아내는 6년 차 요리 초보다. 

실력이 없어서 초보라기보다 반찬을 사서 먹는 일이 많고 그나마 직접 한 요리도 시간 되는 사람이 하다 보니 띄엄띄엄 내공이 쌓였다. 

-고로 나도 6년째 초보다- 

그랬던 아내가 몇 번 같은 음식을 만들더니 실력이 늘었다. 

특히 계란말이를 정말 잘 만든다. 

바쁜 와중에도 뚝딱 만드는 걸 보면 혹과 도깨비방망이를 바꾼 것 같다.

여기에 뿌릴 조미료는 케첩이 아니다. 

바로 아내를 향한 칭찬이다. 

부리부리하게 눈을 뜨고 코를 벌름거리며 엄지가 빠질 듯 세워야 한다.

나에게도 진심에 조미료를 조금 친 셈이다. 







아내가 씩 웃더니 아이에게 계란말이 안에 뭐가 들었느냐고 묻는다. 

“시금치일까? 미나리일까? 파일까?”

깜냥이는 신중하게 고민한다. 

많은 선택지를 주면 쉬운 문제도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래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선택지를 두 개만 주면 좋다고 귀띔했다. 

아이는 시금치라고 말했다. 

나 역시 말할 답이 있다. 

내게도 물어보라고 했다.

“계란말이에 뭐가 들었을까? 시금치이게? 미나리이게?”

나는 질문이 끝나는 동시에 답을 외쳤다.

“사랑!”

난 사랑 생존자가 되었다. 





갑자기 예전에 생존(?)했던 그날이 떠올랐다. 

삼 형제 부부 동반으로 오랜만에 모였었다. 

우리에게 같이 음식을 나누며 곁들인 이야기가 메인 요리라면 함께 즐기는 보드게임은 디저트이다. 

서로 많이 웃고 추억할 수 있어서 보드게임은 자연스럽게 가족문화로 정착됐다. 

그날은 낱말 초성을 보고 상대가 원하는 답을 창의적으로 말하는 게임을 했었다. 

드디어 아내 입맛에 맞는 낱말을 고를 차례가 돌아왔다. 

“그녀에게 되어 주고 싶은 ‘ㅈ’은?”

질문이 끝나자마자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종이 되겠습니다~~~~~”

모두 한바탕 웃었고 아내는 내 낱말을 고르지 않아서 한 번 더 웃었다. 

진심은 자주 말해야 진실이 되고 자주 행동해야 진짜가 된다. 

진심을 넣은 장난이든 장난을 빙자한 진심이든 내 악센트는 늘 진심에 찍혀 있다. 

그렇다. 진심은 나한테 평생 찍힌 셈이다.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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