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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Dec 11. 2020

습관 어디까지 먹어 봤어?

유치원생 아이가 스승입니다.

다섯 살 아이와 같은 음식을 먹다 보니 못 먹는 게 많다. 

마치 고기도 주는 절간 생활 같다. 

하지만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덜 먹게 되어 건강한 식습관이 생겨버렸다. 

이쯤 되면 아이가 보약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보약이 쓴지 어른 메뉴인 찜닭을 준비했다. 

깜냥이에게는 매우므로 양념이 묻은 겉을 떼어 하얀 살만 주었다. 

양볼이 터질 듯 먹던 아이가 외쳤다.

“매워~”

아내가 대충 잘라줬더니 일부 묻은 양념이 문제가 됐다.

내가 했으면 가위로 꼼꼼하게 잘랐겠지만, 아내의 등짝 스매싱은 수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자르면 남는 고깃덩어리는 거의 없어질 게 뻔했다- 

부부가 서로 다르니 이런 점이 좋다. 





아내가 다시 잘라주려고 고기를 들자 깜냥이가 낚아챘다. 

“내가 자를 거야.”

아이는 두 번째 안쪽 앞니로 매콤한 부분을 잘랐다. 

그리고 습관처럼 먹고 말았다. 

아이는 매워서 다시 소리쳤다. 

그건 마치 메아리 같았다. 

옛날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했던 매운맛 참기 대결이 떠올랐다. 

한 연예인이 습관처럼 손에 묻은 매운 소스를 쪽쪽 빨았다가 두 번의 매운맛을 경험했다. 

그건 그저 습관이었다.

아내와 한바탕 식탁에서 웃고 잊었지만, 밤이 깊어지자 생각은 되새김질을 시작했다. 

잠을 이루려면 깜냥 스승이 던진 화두에 답을 찾아야 했다. 





습관. 

만약에 내 평생 친구를 고르라면 난 습관을 고를 것이다. 

사실 내 일대기를 함께한 그가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다. 

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그 점을 연결하여 나를 바꾸기 때문이다. 

습관이라고 하면 <소년과 황금 이야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사실 자주 들어서 뻔한 이야기이지만 이보다도 습관의 무서움을 간결하게 표현한 내용은 없었다. 


강가에서 금이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다.
모두 강가에 있던 돌을 들추며 금을 찾았다.
가난했던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누구도 금을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실망하고 돌아갔지만, 소년은 포기할 줄 몰랐다.
마침내 강가에는 소년만 남게 되었다.
소년은 매일 아침 강가에서 돌을 주워 강에 던졌다.
서툴렀던 손은 점점 재빨라졌다.
강에서 들리는 풍덩 소리는 마치 소년을 응원하는 연주곡 같았다.
그렇게 1년이 되는 어느 날 소년은 드디어 커다란 황금을 집었다.
하나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가치였다.
하지만 기쁜 마음과 달리 소년의 손은 습관대로 응원하는 연주곡의 마지막 마디를 채울 뿐이었다.
풍덩!





습관에는 목적이 있다. 

좋고 나쁜 목적대로 우리는 움직일 뿐이다. 

소년이 자랑스럽게 여길 습관은 매일 아침 강가로 가는 행동과 황금을 찾는 행동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돌을 강가에 버리는 행위와 금을 발견하는 행위가 같은 습관에 묶여있었다. 

그렇다면 그 습관은 과연 옳은 습관일까? 

많은 사람은 발견 전까지의 습관은 세울 줄 알지만 이루고 난 다음의 습관은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어느 강가에서 돌을 던지는 소년일지 모른다. 

우리 앞에는 크고 작은 정상이 펼쳐졌고 오를 때와 내려갈 때 근육은 달리 써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상에서 천천히 걷지 못하고 허둥지둥 굴러서 내려갈 것이다. 

무너지는 사람이 가진 나쁜 버릇이다. 

따라서 꿈이 현실이 됐을 때 내가 할 습관은 미리 차근차근 길러야 한다. 

오늘도 '내일의 나'는 숙제를 받았다. 

그렇다면 과연 소년은 어떻게 됐을까? 

걱정할 필요 없다. 

누구보다 인내할 줄 알고 매일 아침 일찍 강가로 가는 탄탄한 습관을 지닌 1퍼센트 사람이다. 

그는 황금을 던지며 깨달음을 얻었고 황금보다 가치 있는 습관으로 자기 꿈을 이루었다고 확신한다.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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