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아이가 스승입니다
아이랑 도서관 가는 걸 좋아한다.
나는 책을 빌려서 좋고 아이는 좋아하는 동화책을 읽어서 좋다.
한두 살 때 깜냥이랑 적막한 도서관에 가면 알람시계처럼 일정 시간 뒤에 혼자 “아!”소리를 냈다.
“아”소리는 바림으로 칠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아주 작다가 점점 커졌다.
평소와 다른 환경정보를 즐기다가 어디서 본 곳이라고 내게 대화를 걸었나 보다.
내가 안절부절못하는 반응이 재미있는지 그때부터는 끌 수 없는 알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읽고 싶은 책 한 권만 빌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했다.
물론 5분 만에 알람이 울려서 급히 옆에 있는 아무 책이나 들고 도망치듯 나오기도 했다.
아이는 그렇게 도서관과 친해졌다.
다섯 살인 지금은 의젓하게 조용히 기다린다.
아이가 컸다는 증거는 도서관에서 추억으로 엮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만은 도서관에서 제멋대로 소리를 낸다.
주차장에서부터 규칙을 알려주었는데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도서관 예절을 알면서 일부러 말을 듣지 않는 게 더 화가 났다.
부모만이 가진 눈빛 레이저-슈퍼맨을 처음 탄생시킨 제리 시걸과 조 슈스터도 부모가 내뿜는 눈빛 레이저를 알았던 건 아닐까-를 수차례 쏘고 나서야 아이가 잠잠해졌다.
다시 나가서 규칙을 알려주었어야 했는데 써먹지 못했다.
아이는 심심한지 곧 나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책을 꺼내서 스르륵 넘긴다.
아이가 씹기 힘든 글밥만 있는 책이라 금세 꽂는다.
다른 책을 꺼낸다.
무거운지 반쯤 꺼내고 안을 펼쳐본다.
그곳에 보물이 있다는 걸 알까?
마지막 책을 고르자 이번에는 내가 없는 구석으로 모험을 떠났다.
책장 너머로 살금살금 멀어져 간다.
퇴근 후 찾아오는 피곤이 뒤늦게 밀려왔다.
내가 잡으러 가면 놀이가 되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
떠들지 않는 것에 감사했다.
급히 빌릴 책만 들고 사서에게 가는데 멀리서 나를 부르는 애절한 소리가 들린다.
“아빠!”
30초 동안 후다닥 빌리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다.
공부하는 사람은 한 분밖에 없었지만, 너무나 죄송했다.
종종걸음으로 돌아갔다.
대체 어디까지 탐험하러 간 걸까?
나를 부르고 답이 없자 울면서 나를 더 크게 불렀다.
“아~빠!”
“나 여기 있어.”
아이가 내 목소리를 따라 중앙으로 나온다.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빠를 보자 다시 안심되었는지 금방 장난꾸러기 표정을 짓는다.
이미 눈물이 한가득인 거 들켰거든?
아이를 깊이 안고 밖으로 나갔다.
도서관이 익숙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빠가 근처에 있어야 하는 곳이었다.
마음을 달래고 빨리 떠났다.
그곳에서는 좋은 기억만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마다 하나의 깨달음과 하나의 질문이 항상 나를 맴돈다.
“내가 어릴 때 저랬겠구나.”
“이 상황에서 어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이도 마찬가지로 크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빠가 내 나이 때 이랬겠구나.”
“이 상황에서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렇게 나는 아이의 과거와 현재에 살고 아이는 나의 현재와 미래에 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