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낮잠
창백한 드라큘라처럼 해를 끔찍이 싫어한다.
그런 나도 겨울 햇살만큼은 사랑한다.
언 살을 이태리 때밀이 수건으로 미는 것 같은 볕의 따스함을 좋아한다.
창가에 앉아 쬐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겨울 낮잠에 빠지곤 한다.
그날도 여전한 그와 내가 있었다.
나른한 난 잠시 아내에게 아이를 맡기고 동굴로 들어갔다.
겨울 햇살은 여기까지 따라왔다.
마침 옆에 있던 깜냥이 애착 이불로 어둠을 만들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조심히 문이 열리더니 아이 소리가 들린다.
나를 유심히 보는 것 같았다.
잠결에 무슨 일이 생길까 궁금했다.
깜냥이는 애착 이불을 뺏더니 자기가 벗은 양말을 내 눈에 살포시 올려주었다.
아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불 위로 울리는 아이 발자국 소리가 자장가가 되었다.
이윽고 창가 쪽에서 애착 이불을 매만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라락 사라락 하는 소리가 평온한 정각이라고 알려준다.
잴 수 없는 시간은 또 흘렀다.
다시 이불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 이불 속으로 무언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조그맣고 차가운 발이 허벅지를 비볐고 나중에는 구부러진 머리카락이 턱을 간지럽혔다.
나는 양말안대 속 세상에 푹 빠져버렸다.
한참 내 품에서 꼼지락거리더니 작은 공간만 남긴 채 천사는 날아가 버렸다.
달콤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