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이|신의 마음이 이럴까

시와 에세이의 어디쯤

by 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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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패드 비밀번호를 묻는다


불이 들어온 화면에는 숫자가 한가득이다


조합하면 나이를 다 먹도록 누를 수 있을까


그곳에 무엇이 있길래 아이는 이리도 보챌까


하지만 내 입은 손보다 무겁다


인류의 시도는 계속된다


틀리자 화면이 잠긴다


눈초리가 하늘을 향한다


잘못은 책임지는 자의 몫


60을 세야 다시 기회가 생긴다는 농弄에도


아이는 순순히 센다


하나 둘 셋


간절함과 순수함의 중간세계가 열린다


그곳은 정답이 없어서 아름답다


정성껏 세고 화면을 켜니 숫자가 돌아왔다

해결된 게 없지만 아이는 반갑기만 하다


어느새 마지막 숫자만이 남았다


고민하는 손은 숫자 사이를 오간다


이미 앞의 수가 다 틀렸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살아 있다는 건 그런 거니까


세고 누른 게 너의 살이 되리라


하늘은 흐뭇할 뿐이다








아이가 숨겨놓은 아이패드를 들고 왔습니다.

틀린 숫자 암호를 열심히 누르는 모습에서 압축된 삶이 느껴졌습니다.

희망, 기대, 두려움, 좌절, 노력, 분노, 행복...

만약 신이 있다면 인간을 바라보는 기분이 이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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