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이|삭제

시와 에세이의 어디쯤

by 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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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잊는 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기기를 머리로 여겼습니다


믿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몇 년 동안 모았던 지식이 한순간에 증발했습니다


그는 제 태도에 감동한 게 분명합니다


제가 하는 망각까지 닮으려고 했으니까요








제게 보물 1호가 뭐냐고 묻는다면 전 단연코 '외장 하드'라고 말할 겁니다.

제2의 뇌입니다.

수업자료, 서평, 원고, 아이디어, 감사일기와 같은 파일이 누적된 공간입니다.

늘 '그것'을 저의 분신처럼 여겼는데 예고도 없이 고장이 나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반쯤 사라진 기분입니다.

이사하면서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썼던 일기장을 몽땅 잃어버린 그때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운 건 역시 함께 나눈 게 많아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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