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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ilani Apr 11. 2021

프롤로그

직장생활 13년 차, 도망갈 곳도, 잠시 피할 곳도 없었던 30대 중반. 4달간 미국에 갈 기회를 얻었다. 

온 정신이 팡하고 터져 버리기 전,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던 곳에서 기를 쓰고 나를 잠시 떨어뜨리기 위한 작당이 시작되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 나이, 성별, 직업 등 어느 하나 나를 규정짓는 건 없었다. 한국에 있을 때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고민은 그곳에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고민조차 될 수 없는 것들이었고, 나의 껍데기가 아닌 온전히 나 자체로만 새로운 세상에 부딪히며 살게 되었다. 불편함과 어설픔, 익숙지 않음은 오히려 새로운 흥미와 에너지를 만들어냈고,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날아다녔으며, 나이를 뛰어넘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들이 생기고, 잊지 못할 사람들도 만났고 그들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그야말로 미국에 있는 동안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봉이 중요했고, 배우자의 스펙이 중요했고, 사는 동네, 차의 종류, 얼마나 대단한 가족과 친구를 두었느냐를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곳에선 집을 어떻게 고치는지, 몇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홈리스를 보면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서핑은 할 줄 아는지,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살아봤는지, 얼마나 글로벌한 사람인지, 채식주의자인지 아닌지, 어떤 동물을 특히 더 사랑하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세상에서 나는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다 큰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수영도 못하고, 주차도 잘 못하고, 집도 못 고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매우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내게 되었다. '나의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진짜 중요한 건 무얼까. 진짜 행복한 삶은 무얼까. 나는 어떤 걸 좋아하고, 내 삶이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모두가 같을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나의 행복과 인생을 걸지 말자.

열심히 사랑하고, 다양한 세상을 만들어낼 각자의 삶을 응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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