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인도네시아 (1)
인도네시아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염려 중의 하나가 인도네시아가 무슬림 국가라는 것이다. 필자도 이슬람교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겁부터 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고 인구의 90% 가까이가 신자이다. 하지만 중동의 무슬림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르다. 인도네시아는 원래 힌두교의 나라였다. 중동 무역상인으로부터 이슬람교가 자연스럽게 유입되었다.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섬, 자카르타가 있던 자와 섬의 힌두 왕조는 쫓겨서 발리에 정착했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여성들은 질밥이라고 불리는 머리 스카프를 쓰는데 강제적으로 작용해야 하는 이체 지역을 제외하고는 법적 사항은 아니다. 대신 공공기관의 출입 시에는 팔다리를 가리는 긴 옷을 입어야 하는데 외국인 여성도 예외는 아니며 입구에서 무료로 대여해 준다. 여성 경찰관의 경우도 원하는 경우에만 착용한다. 일부에서는 코란에 명시된 전통옷을 입으라는 글귀에서 비롯된 히잡의 사용의 여부를 두고 그것이 인도네시아에도 적용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헐렁한 옷과 머리 스카프는 중동지역에서 모래 바람과 햇볕을 막기 위한 전통옷이지 인도네시아의 전통옷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여성들은 자율적으로 늘 히잡(질밥)을 착용하기도 하고 종교적 행사에만 착용하는 등 자유롭다. 인도네시아 사람으로서의 정통성을 위해 전통옷인 바틱은 대두분의 회사에서 금요일마다 입는 것이 전통이기도 하다. 여성의 사회 활동 역시 자유롭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에 여성은 무리 없이 참여 가능하다. 조신해야 한다는 풍토가 저변에 깔려 있지만 배제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인도네시아가 최대의 무슬림 국가이지만 헌법으로 보장된 종교가 자유인 나라이다. 그러나 종교를 갖는다는 것 자체는 강제 사항이다. 인도네시아인이라면 누구나 종교 하나를 가지고 그 종교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을 가늠하는 KTP에 명시된다. 인도네시아인이라면 누구나 6개 종교 이슬람, 기독교, 로마 가톨릭, 힌두, 불교, 유교 중에 하나를 종교로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종교의 강제 사항은 처음에는 공산주의자가 무신론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생겨났다.
인도네시아의 발리는 힌두, 술라웨시에서는 로마 가톨릭, 서 티모르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무슬림보다 많다. 종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이 나라에서는 모든 종교의 기념일이 공휴일이다. 성탄절이나 부처님이 오신 날, 힌두교의 설날인 네삐 데이 역시 휴일이다.
이렇게 자리 잡은 이슬람교는 실제로도 종교 이전에 있던 원시 신앙과 섞여 조상을 섬기거나 다른 신적 존재와 함께 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의 섬나라인 만큼 그 정도 역시 제각각인데, 유일신만을 섬기기 위해 이슬람교의 상징이나 표식도 배제하는 종교에서 이러한 점은 가장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이슬람 교중 수니파의 계열로 구분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교파가 존재한다. 그래도 여전히 돼지고기는 먹지 않으며 술도 금기시하기 때문에 주류는 대형 상점에서만 판매하고 비싸다. 쇼핑몰이나 관공서 등 대형 건물에는 하루 다섯 번의 기도(살라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은행 등도 그 시간에는 모두 기도를 하러 간다. 이슬람력의 9월은 라마단 기간으로 해가 떠있는 동안 금식을 하는데 해가 질 무렵이면 거리 곳곳이 먹거리를 파는 곳으로 넘쳐나고 정말 푸짐하게 먹는다.
라마단 기간이라면 금식을 기본으로 음료나 담배도 안되는데 사람에 따라 담배를 천연덕스럽게 피우면서 이것은 담배가 아니라고 되뇌는 사람도 있으니 종교의 믿음이나 지킴의 정도도 사람 따라 다르다. 자카르타에서 발생했던 폭탄테러도 잘못된 믿음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생각한다.
동남아 국가 중 뒤늦게 들어온 한류로 인해 한국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분위기지만 이러한 이미지를 망치지 않기 위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경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