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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구현 Aug 09. 2017

삿포로 HUG

품종 다양성과 도농 결합, 지역 농산물 판매를 위한 소비 시스템

개인적으로 '미식'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식이란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 알고, 우리가 먹는 것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으며, 조리법의 차이를 알아내는 지적 즐거움이 있는 식사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비싸고 귀한 것만이 미식이 아니라 라면을 먹더라도 '나는 이 라면을 먹을 때는 면이 꼬들한게 좋고 계란은 넣지 않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이렇기 때문이다' 식으로 자기 취향이 명확히 정의되고 그 이유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미식이라고 생각하지요.


더욱 즐거운 미식을 위해서는 품종 다양성과 지역 농산물이 근처 도시와 연계되어 판매하는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식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신선하고 잘 익은 것을 먹는 것이 더 저렴하고 더 향기로우며 더 맛있기 때문이고, 품종 역시도 토마토로 예를 들면 그냥 먹기 위한 토마토는 즙이 많고 아삭한 식감이 있는 것이 좋지만 토마토 소스 용은 수분이 최대한 적고 당도가 높은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판매하는 것이 어떤 품종인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잘 설명하지도 않고 소비자들도 이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글을 쓰려고 합니다.


삿포로의 HUG은 이러한 품종 다양성, 도농 결합, 지역 농산물 판매에 있어 매우 모범적인 샵입니다. 판매하는 모든 상품은 홋카이도 내에서 생산된 것이며, 한가지 종류의 상품이라도 생산자와 품종 그리고 그 품종의 특징과 조리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자 지금부터 사진으로 이 시스템을 설명하겠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밀가루' 코너입니다.

먼저 밀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나옵니다.

하루요코이, 유메치카라, 키타노나미 등은 밀의 품종 이름입니다. 각 품종마다 특성이 모두 다릅니다.
각 품종별로 위의 카드에는 품종 자체에 대한 설명이 간단히 쓰여 있습니다. 아래쪽 카드는 가격과 용도, 조리법이 나옵니다.


다음은 감자입니다. 홋카이도는 특히 감자로 유명합니다.

연중 언제나 다양한 품종의 감자를 팔고 있기 때문에 주요 감자 품종에 대한 설명과 조리상의 특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특히 흔한 요리를 할 때 쓰는 품종은 빨간 글씨로 인기품목, 어느 요리에 쓰임 정도가 쓰여 있습니다. 맨 위에는 각 품종마다 나오는 시기가 다르므로 점포에는 시기에 맞춰서 들어온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주요 감자 품종만 해도 28가지라니, 아주 부럽습니다
제가 간 날만 해도 감자 품종이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홋카이도의 로이시 콘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스위트콘의 일종으로 당도가 아주 높고 알갱이가 부드러우며 수분이 많아 심지어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과처럼 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옥수수 알갱이를 쪄서 스위트콘 캔 대신 홋카이도 라멘에 올리거나, 옥수수 수프를 끓이거나, 홋카이도의 유명한 요리인 수프 커리에 올리기도 하는데 정말 달콤하고 맛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초당옥수수, 백초당옥수수 등의 스위트콘 품종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아주 비슷한 느낌입니다.

하얀 로이시 콘입니다.
낱개로도 상당히 비싸게 팔립니다.

그 외에 일반인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는 식재료에 대한 설명과 조리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다양한 식재료를 일반인들도 즐겁게 소비할 수 있게 되겠죠?

우리나라에서는 '여주' 라 불리는 고야입니다. 오키나와에서는 많이 먹지만 반대쪽인 홋카이도에서는 생소한 야채인 것 같습니다.

여주는 기름에 볶으면 영양가가 높아진다는 점, 쓴 맛이 아주 강한데 쓴 맛이 수용성이므로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담구어 뒀다 쓰면 훨씬 먹기 편해진다는 점 등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카히지키라는 나물입니다.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얼음물에 식혀 쓰는데 샐러드나 볶음 등에 쓸 수 있으며 칼슘이 풍부해 뼈에 좋다네요!
풋콩의 일종인 소라마메는 단백질과 비타민류, 칼륨, 미네랄이 풍부하지요
오카와카메는 살짝 데쳐서 폰즈 소스로 먹는데 너무 데치면 안됩니다!


일반 채소들도 굉장히 다양하고 신선합니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다양한 품종, 다양한 조리법을 설명해 주는 마트가 있다면 이런 다양한 상품들을 소비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다양한 품종들이 소비된다면 농민들도 더더욱 신기하고 새로운 품종들을 기르게 되지 않을까요?


미식의 길은 멀지 않습니다. 소비자도 좋은 것을 선택하고 공급자들도 좋은 것을 생산하고 판매자들도 좋은 것들을 소개하기만 한다면요.


최근 이마트나 SSG, 롯데 프리미엄 마켓 등등 우리나라에서도 품종별 진열과 설명을 시작한 매장들이 늘고 있어서 기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마트와 SSG가 이 부분을 참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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