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2월의 바리스타
"에스프레소? 그거 하나 줘봐."
메뉴판을 정독하다가 주문을 하신다.
열에 아홉은 고민 끝에 제일 싼 거 고르신 거다.
연세 드신 분들이 대부분인 병원에 위치한 카페이다 보니
"어르신, 에스프레소는 커피 원액 같은 거예요. 요만큼 나오는 거예요. 그거 찾으시는 거 맞으세요?"
오지랖인지 알면서도 손가락으로 요만큼을 흉내 내가며 여쭤본다.
대부분은
"그래? 그럼 먹을만한 게 뭐여, 암거나 하나 줘봐."
라고 수긍을 하셔서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설명드려 권해드리는데, 때로는 고집을 부리신다.
"달라는 데로 주면 되지. 줘."
더 이상은 드릴 말씀이 없어서는, 아닌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에스프레소를 내려 내놓는다.
"주문하신 에스프레소 나왔습니다."
컵을 받아 든 어르신은 컵의 무게에 먼저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뭐여, 빈컵이여?"
"어르신 좀 전에 설명드렸잖아요. 에스프레소는 커피 원액 같은 거예요. 여기에 물 넣으면 아메리카노, 우유 넣으면 라떼 되는 거예요"
그럼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
역정을 내신다. 이쯤 되면 나도 억울하다.
가끔은 에스프레소를 주문하셔서 설명을 드리면
"어~ 좋지!!. 나 커피 진한 거 좋아해요."
하며 어깨에 힘을 잔뜩 주신다. 그리 어깨에 힘을 넣으시니 어쩔 수 없다. 드려야 한다.
"주문하신 에스프레소 나왔습니다."
음료를 받아 들고서 호기롭게 한 모금 축이시고는 내던지다시피 컵을 내려놓으신다.
"에이. 이게 뭐여!! 이걸 사람 먹으라고 내놓는가??"
쳇바퀴처럼...
또 설명을 반복하며 고민한다.
'메뉴판에서 에스프레소를 빼달라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