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09월의 바리스타
동생은 엄마품에 안겨있었고, 형은 로비 문이 열리자마자 장난기 어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카페 불빛을 발견한 형은 경주마처럼 달려와서는 두 손으로 쇼케이스 유리를 부여 잡고, 코를 들이박아 돼지코를 만들어 보이며 내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대충 가격을 훑어보더니 주머니를 뒤져 있는 돈을 다 꺼내보니 2천원이 나왔고, 다시 한번 휘~둘러보며
'2천원으로는 살 것이 없구나.' 하는 슬픈 표정을 짓는 순간... 7백원짜리 음료가 레이더에 잡혔다.
"이거 얼마예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는지 한국말이 자연스럽다.(3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였을지도...)
"7백 원이에요."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순간.... 저~~~ 멀리서 이 녀석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엄마의 레이더에 딱 걸렸다. "Hey~!!"가 나올 법 했는데, 아니었다.
야~!!
단전에서 모은 화를 외치는 소리이긴 했지만 엄마는 분명 저 멀리서 외쳤는데, 요 녀석은 기똥차게 엄마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성급하게 뒤돌아 보았다.(또는 엄마에게 걸렸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거나....)
"엄마한테 가야 할 거 같은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엄마에게 갈 것을 권유했고,
옆에서 음료를 만들고 있던 언니가
"아이코. 걸렸다."
혼잣말처럼 얘기했더니, 음료를 기다리던 직원분도 함께 웃으시며 한마디 거드셨다.
'야!' 한마디 했는데 자기 부르는지 다 알어요. 만국 공용어야.
십 분쯤 지났을까? 미련을 못 버렸는지 꼬맹이가 다시 왔다.
또다시 쇼케이스에 코를 박고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을 했는지, 주머니를 뒤져 천원을 꺼냈다.
"이거 주세요."
아까 얘기했던 7백원짜리 음료를 가리킨다.
"엄마한테 혼날 거 같은데?"
"괜찮아요. 주세요."
더 이상의 만류는 포기하고 음료를 건네는 순간,
마치 '이 녀석 또 어디 갔어!' 하는 자막이 이마로 흘러가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엄마가 저 멀리서 나타났다. 음료를 득템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선 녀석은 보란 듯이 음료를 흔들어 보이며 엄마를 약 올렸고, 포기한듯한 표정의 엄마는 어서 오기나 하라는 손짓을 한다.
자식 이길 수 없는 것도 만국 공통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