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알이 Sep 30. 2022

엄마 마음은 만국 공통

22년 09월의 바리스타

꼬맹이들이 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불빛 환한 카페에 가장 먼저 눈길을 주게 마련이다. 카페로 시선이 쏠린 아이들의 머리를 보호자들은 마치 장난감 병정 조정하듯 고개를 억지로 돌려 목적지로 향한다. 가끔 카페로 돌진하다 엄마에게 뒷덜미가 잡혀 대성통곡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흑인 남자 꼬마 아이 둘과 엄마가 병원 로비에 입장했다.

동생은 엄마품에 안겨있었고, 형은 로비 문이 열리자마자 장난기 어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카페 불빛을 발견한 형은 경주마처럼 달려와서는 두 손으로 쇼케이스 유리를 부여 잡고, 코를 들이박아 돼지코를 만들어 보이며 내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대충 가격을 훑어보더니 주머니를 뒤져 있는 돈을 다 꺼내보니 2천원이 나왔고, 다시 한번 휘~둘러보며 

'2천원으로는 살 것이 없구나.' 하는 슬픈 표정을 짓는 순간... 7백원짜리 음료가 레이더에 잡혔다.

"이거 얼마예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는지 한국말이 자연스럽다.(3개 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였을지도...)

"7백 원이에요."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순간.... 저~~~ 멀리서 이 녀석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엄마의 레이더에 딱 걸렸다. "Hey~!!"가 나올 법 했는데, 아니었다.

야~!!


단전에서 모은 화를 외치는 소리이긴 했지만 엄마는 분명 저 멀리서 외쳤는데, 요 녀석은 기똥차게 엄마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성급하게 뒤돌아 보았다.(또는 엄마에게 걸렸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거나....)

"엄마한테 가야 할 거 같은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엄마에게 갈 것을 권유했고,

옆에서 음료를 만들고 있던 언니가 

"아이코. 걸렸다."

혼잣말처럼 얘기했더니, 음료를 기다리던 직원분도 함께 웃으시며 한마디 거드셨다.


'야!' 한마디 했는데 자기 부르는지 다 알어요. 만국 공용어야.



십 분쯤 지났을까? 미련을 못 버렸는지 꼬맹이가 다시 왔다.

또다시 쇼케이스에 코를 박고 고민하더니 이내 결심을 했는지, 주머니를 뒤져 천원을 꺼냈다.

"이거 주세요."

아까 얘기했던 7백원짜리 음료를 가리킨다.

"엄마한테 혼날 거 같은데?"

"괜찮아요. 주세요." 


더 이상의 만류는 포기하고 음료를 건네는 순간, 

마치 '이 녀석 또 어디 갔어!' 하는 자막이 이마로 흘러가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엄마가 저 멀리서 나타났다. 음료를 득템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선 녀석은 보란 듯이 음료를 흔들어 보이며 엄마를 약 올렸고, 포기한듯한 표정의 엄마는 어서 오기나 하라는 손짓을 한다.


자식 이길 수 없는 것도 만국 공통인가 보다.

이전 08화 여기에 잠시나마 당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