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알이 Aug 29. 2022

여기에 잠시나마 당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22년 08월의 바리스타

마감하려고 슬슬 준비를 하려는데 중년 남성 한분이 오셨다.

"아메리카노 두 잔만 주세요."

계산을 마치고 음료를 준비하려는데, 혼잣말처럼 말을 건네셨다.

"제 동생이 많이 아파요. 오래 못 산데요."

"두 달 밖에 안 남았데요."

혼자 툭툭 던지시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시며 한참을 울다 가셨다.

뭐라 말을 건네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나는 괜히 안절부절이다.



외래진료가 있을 때마다 카페를 찾아오시던 한 분이 유난히 얼굴이 어두웠다.

"오늘 표정이 많이 안 좋으세요."라며 건넨 나의 인사에

"제 표정이 티가 나요?"

"그럼요, 얼굴이 많이 어두우세요."

"투석을 시작하래요. 내 나이가 이제 얼마라고,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한다 하니....."

씁쓸한 웃음을 보이시며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30대 초반이 체 안되셨을 것 같은 정말 젊으신 분이었다. 이틀에 한번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오시는 분들은 노인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대열에 합류하기엔 너무나 젊으셨다. 



병원에서 카페를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많은 이야기들과, 다양한 질병 또는 만성질환을 마주하게 된다.

당뇨가 있어 음식 섭취를 주의해야 하는 분들, 신장 투석으로 이틀에 한 번씩 투석을 위해 병원에 들르시는 분들, 호스피스 병동에 계시는 젊은 분들...

오매불망 자식들과 손주들의 병문안을 기다리시는데, 발길 주지 않는 이들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어르신...

여기 카페는 각자 그들만의 삶의 무게를 견디며 하루하루를 살아내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된다.

오피스 타운에서 카페를 할 때는 단골분들과 돈에 얽힌 먹고사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병원에 자리한 지금의 카페에서는 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곳이라는 극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다 나았다, 결과가 좋게 나왔다, 한동안 병원 올 일 없어 카페에 못 오겠다며 들뜬 목소리로 인사를 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나 역시도 진심을 담아

"카페 못 오셔도 건강하신 게 좋지요.. 다행이에요."라는 인사를 기분 좋게 건네드리지만,

어디에도 토로하지 못할 당신들만의 삶의 무게를 카페에서나마 내려놓는 분들을 마주 할 때면 

이 카페가 잠시나마 당신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음이 다행이기도 하다. 

이전 07화 창업이야기, 위탁운영계약을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