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알이 Jun 27. 2022

죠리퐁 라떼가 시큼하다고요???

22년 06월의 바리스타

카페 전화벨이 울린다.

건물 내 주문용으로 개통해 둔 전화라서, 홍보성이나 여론조사 같은 전화가 아니라면 주문을 하기 위한 전화가 대부분이다.


전화를 받았더니, 방금 배달 다녀온 층에서 전화를 주셨다.

'음료가 잘못 갔나? 추가 주문인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대화를 이어가는데


사장님. 죠리퐁라떼 맛이 이상해요.


"네?!?!? 맛이...... 어떤데요?"

"원래 먹던 건 이렇지 않았는데 시큼해요. 혹시 우유가 상한 거 아니에요?"

일주일에 우유를 두 번 이상 받는 터라 우유 유통기한은 지날 것이 없었지만 놀란 마음에 냉장고 문을 열고 확인을 했다. 우유 문제라면 카페에 치명적이다.

"아뇨. 우유는 방금 확인했는데 유통기한 넉넉해요. 우유 맛도 정상이고... 아... 그게 시큼할 리가 없는데 우선은 음료 다시 해서 드릴게요."

달콤해야 할 음료가 시큼하다면 뭔가 문제가 생긴 건 확실하니 음료를 다시 해드리겠다고 말을 하고 있는데 언니가 뒤에서 나를 쿡쿡 찌르며 전화를 끊으라는 신호를 준다.

무조건 음료를 다시 갖다 주겠노라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는 언니를 쳐다보았더니....

"나야, 내가 사고 쳤어."

"응?"


카페에는 10가지 정도의 파우더가 있는데, 헷갈릴법한 조합이 몇 가지가 있다.

초록 계열의 민트 초코와 녹차 파우더, 갈색 계열의 초코파우더와 자바칩 파우더, 흰색의 바닐라 파우더와 요거트 파우더.

특히나 바닐라와 요거트 파우더는 육안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유사함이라

'저거 언젠가 사고 한번 치지....' 하는 불안감이 존재했었다.


파우더를 보며 이실직고하는 언니를 보며

"아, 요거트 파우더를 넣었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불안했었지....'생각을 하며 물었더니

"요거트 파우더를 넣은 건 맞는데, 아까 바닐라 파우더 리필을 한다는 것이 요거트를 부어둔 거 같아."

바닐라 파우더 통에 요거트 파우더를 잔뜩 부어둔 것이었다.

색상이 같으니 육안으로 발견될 리가 없었고,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들이부을 때의 파우더 냄새도 맡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다급하게 죠리퐁라떼를 다시 만들어 갖다 드리며 실수를 이야기하고 양해를 부탁드렸다.

상한 우유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웃으며 이해를 해 주셨다.


바닐라와 요거트가 알 수 없는 비율로 섞인 파우더는 폐기를 해야 하는데 한 통 가득 부어둔 걸 보니 버려지는 게 망설여졌다. 언니는 괜히 미안해서는 본인이 타서 마시겠다며 버리지 말라하는데, 음료로 만들어 마셔보았더니 이건 할 짓이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아깝다며 버리지 말라는 언니를 위해선 빨리 없앨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바로 베이킹.


달달한 쿠키로 구우면 빠른 시간 내에 소비를 할 것 같았다.(안 먹으면 0칼로리라 했거늘...)

다행히도 쿠키로 변신한 요거트 파우더는 설탕과 버터에 묻혀 특유의 시큼한 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고 세 번의 베이킹으로 바닐라와 요거트가 섞인 파우더는 모두 사라졌다.


이제 죠리퐁라떼 주문이 들어오면 습관처럼 묻는다.


바닐라 파우더 맞니? 시큼한 거 아니니?




이전 05화 단골 관리가 이래서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